매일신문

'2% 부족'…엑스포 앞둔 천년 고도 경주

'우리가 불륜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최근 가족과 함께 안압지 나들이에 나선 경주 동천동의 한 주부는 당시 매표 종사원들의 폭언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경주시민들은 무료 입장인 이 공원에 이 주부가 이날 지갑을 두고 온 게 화근이었다. 주부는 신분증이 없자 남편의 주민등록증에다가 건강보험증, 모자수첩을 내밀며 시민이라고 말했고, 그 순간, '불륜' 운운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 주부는 "시민들에게도 이 정도의 자세인데 관광 온 외지인들에게는 어떻게 대할까 생각하니 경주의 앞날이 암담해 보였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달 초 대구에서 관광 온 최준영(45) 씨는 유명 쌈밥집을 찾았다가 당한 불쾌한 경험 때문에 경주 이미지까지 흐려져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포함돼 있어 4명이 3인분을 주문했더니 '우리 집에서는 사람 숫자대로 주문을 해야 한다.'고 말해 아이들 보기도 민망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라."는 것. "나중에 공기밥 한 그릇을 주문하자 종업원이 대답도 하지 않더라. 다시 경주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경주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불친절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경북방문의 해와 경주 문화엑스포가 조만간 열리는 최근 들어 더 심하다는 불평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찰인 불국사의 불친절도 도를 넘었다는 관광객들의 불만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입장료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시비가 잇따르고 있고, 유모차도 신분증이 없으면 빌릴 수가 없어 마찰이 적잖다. 불국사 및 석굴암 매표 징수원 등 종사원들의 폭언이나 불친절 사례들은 시청 홈페이지에 단골메뉴처럼 올라와 있다.

19일 울산에서 가족과 함께 놀러왔다는 김순희(43) 씨는 "음식점과 택시 기사, 유적지 종사자 등에게서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경주엑스포 때 친지들과 경주를 찾으려고 사전 답사차 왔는데 계획을 취소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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