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통일 방해하는' 통일부 장관

'굿은 하고 싶은데 맏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 안 한다.'

미운 사람이 끼어들어 설치고 좋아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하고 싶은 일 안 한다는 속담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얼굴을 쳐다보면 왜 이 속담이 떠오를까. 하긴 이 장관뿐만 아니다. DJ정권 이후 노무현정권을 거치면서 임명된 통일부 장관 중 몇몇의 면모를 되돌아보면 '통일은 돼야지' 하면서도 왠지 절실하게 내키지는 않는 이중적 정서를 느낄 때가 있었다.

통일부 장관이 미운 짓을 골라 하니 통일까지 며느리 굿판처럼 떨떠름하게 내키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민 몰래 5억 달러의 세금을 갖다 바친 거나 나라 빚이 늘든 말든 공짜 전기 보내주자고 설친 장관의 밉상 받을 언행들이 그렇다. 그런 언행들이 북한 정권의 불바다 협박과 맞물려 국민정서 속에 統一(통일)에 대한 거부감 내지는 비우호적 감정을 심어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뒤집어 말한다면 통일부 장관이 통일을 되레 妨害(방해)했다는 말도 된다. 이 장관의 서해교전 발언은 그러한 일부 통일부 장관의 통일 훼방 역풍을 한 번 더 부채질한 경우다.

우리에게서 남북통일이란 아직 민족공영의 희망이긴 하되 마음이 내킬 때 해보자는 희망적 과제이지 하기 싫고 안 하는 게 더 나은 걸 억지로 해야 하는 강제적 命題(명제)는 아닌 것이다. 남북통일도 동족 간의 미래의 삶을 나아지게 하리라는 신뢰가 확인되고 믿음이 굳어졌을 때라야 다소의 희생이 따르고 부담이 지워지더라도 받아들일 아량과 마음이 내키는 거다.

통일부 장관은 바로 그러한 국민적 감정과 정서를 조성해 나가는 일에 매달려야 한다. 대북 지원에 호주머니를 털려도 통일에 동참하겠다고 할 만큼 마음을 열리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먼저 국민들은 알지 못하지만 통일부는 알고 알아낼 수 있는 대북 정보와 북한의 상황들을 나쁜 구석까지 있는 그대로 감춰주려 들지 말아야 한다. 그런 투명한 통일 설득 정책을 통해 남한 국민의 신뢰부터 얻어나가라는 말이다. 그런 믿음의 바탕 위에서 북한 지원이든 통일이든 밀고 가야 하는 것이 통일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정직한 노력은 뒷전인 채 몰래 퍼주는 일이나 정치적 감싸주기, 또 틈만 나면 못 줘서 안달한다는 인상을 줘가며 끌려 다니는 모양새를 보이고서는 통일에 대한 공감은 절대 얻어낼 수 없다. 걸핏하면 적대적인 위협으로 남한 국민들의 心氣(심기)와 자존심을 건드리는 북한을 싸고도는 건 통일 사업이 아니다. NLL 지키다 순직한 내 나라 장병을 반성 운운하며 탓하는 左傾化(좌경화)된 국가관으로는 국민 가슴 속에 며느리 굿춤 같은 반통일 감정만 한 겹 더 심어줄 뿐이다. '통일부가 조선인민공화국 제5중대냐'는 비난들이 부글거리는 것도 그런 탓이다. 따져 보면 DJ정권과 노정권만큼 유별나게 통일을 입에 달고 다닌 정권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나 '6'25 노래'같은 남북 관련 노래들이 초교생 음악교과서에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 것도 통일 좋아하는 정권 시절 일이다.

뭣이든 구호로 떠벌이는 거 좋아하는 부류들일수록 행동은 거꾸로 한다. 동족상잔의 아픈 경험이 없는 2세들에게도 통일에 대비한 교육이 잘못되거나 희미하게 해두면 큰일난다. 거꾸로 된 통일이나 뒤집어진 통일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분단 역사의 진실은 사실대로 가르치고 過誤(과오)는 반성과 교훈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통일과 화해다. 反美(반미)와 성장 개발의 치적을 독재로 모는 식으로 우리 것(남한)에 대해서는 왜곡과 부정적 과장으로 가르치는 좌경화된 통일교육이나 통일부 장관의 '삐딱한' 서해교전 발언은 통일 훼방꾼이나 하는 짓이다.

이 장관은 도대체 어떤 통일을 원하는가. 정상회담에서 NLL 선물 안겨 주려고 슬쩍 한 마디 흘려 본 거라면 남한 장관은 물론이고 신부(성공회) 자격도 없다.

金 廷 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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