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국,다민족 국가

얼마전 막 내린 TV 드라마 '문희'는 강수연의 6년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당초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강수연의 탄탄한 연기에도 불구,월드스타의 이름값이라기엔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재벌가의 사생아인 주인공이 억울하게 죽은 어머니를 대신해 복수의 칼을 갈며 최고 경영자 자리를 노리다 돌연 자신이 18살때 낳아 버린 아들에 대한 모성애로 갈등을 겪는 내용부터가 신파조였다. 게다가 그 아이를 친아들처럼 키운 양모는 뇌종양으로 죽기전 문희에게 (아들의 실제 아버지인) 자신의 남편과 결혼해 자기 아이들의 엄마가 돼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연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문희는 결국 사랑도 재산도 모든 것을 버리고 아들에게 돌아간다. 5대 독자에 대한 시어머니의 광적인 집착과 '씨받이'를 연상시키는 내용 전개에 시청자들은 "촌스럽다","어이없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현실과 완전히 괴리된 내용일까. 물론 드러매틱한 이야기 전개를 위해 과장된 측면은 분명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사회의 핏줄 의식은 아직도 난공불락 아닌가.

한국인의 유난한 핏줄 의식이 최근 세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며칠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1차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은 실제와는 다른 단일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하며, 외국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금지 관련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5월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72만 여명에 이른다. 농촌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가정의 40%는 국제결혼 가정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농촌 마을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기 역시 이들 가정의 자녀들이 대다수다. 굳이 역사를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 피 속에는 이미 여러 민족의 피가 섞여 있다. 다만 우리 스스로 '단일민족'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CERD의 한국내 인종차별 적시로 우리사회의 치부가 그대로 국제사회에 노출된듯하여 부끄럽기도 하고 비웃음거리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우리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한국은 빠르게 다민족 사회로 바뀌고 있다. 이들에 대한 원활한 교류 및 복지 증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마련이 발등의 불이 됐다. 우리부터가 단일민족의 집착에서 떠나 다른 피부색, 다른 문화의 외국인들에게 열린 가슴으로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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