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터치]남북 정상회담 NLL 의제설정 여부

오는 10월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될 것인가에 국내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이 거론되는데 그 중에서도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학생들은 NLL이 어떻게 해서 설정됐나부터 안보와 영토라는 NLL에 담긴 양면성, NLL 논의 필요성과 반대론 등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 NLL의 의미

1953년 휴전협정에는 한반도에 1개의 군사분계선이 규정되어 있을 뿐 바다에는 경계선이 없다. NLL은 당장 서해5도와 옹진반도 사이의 해역이 너무 가까워 군사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유엔군 사령부가 당시에 일방적으로 설정해 북에 통보한 것이다. 북한은 1973년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1992년 남북 간 불가침 이행 합의서는 해상 불가침 경계선에 대해 앞으로 계속 협의하되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NLL의 의미에 대해서는 우선 설치 목적과 방법이 정당한 데다 북한이 20년 동안 묵과해 왔으므로 휴전협정 체제의 일부로 굳어졌다는 해석이 있다. 이렇게 보면 NLL은 영토 개념도 안보 개념도 아니다. 'NLL은 협정 체제의 일부이기에 이에 대한 수정과 증보는 반드시 적대 쌍방 사령관, 다시 말해 유엔군 총사령관과 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상호 회의를 거쳐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 번영, 나아가 민족 통합에 기여할 모든 일은 다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명분하에 거쳐야 할 절차를 거침이 없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룰 사안은 아니다.'(신문 칼럼)

NLL은 영토 구분선이라며 정상회담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비난하는 여론도 거세다. 'NLL은 지난 50여 년간 우리 국민이 피를 흘려 지켜온 자유의 선이다. 서해교전 당시에는 해군 장병 6명의 꽃다운 젊음이 희생됐다. 단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영토인 것이다. 이 같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과 현실을 무시하고 남북 관계 진전이니 하는 모호한 논리나 말장난으로 NLL을 훼손하려 든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신문 사설)

안보 측면에서 보면 NLL 문제는 논의가 시급하고 중요하다. 'NLL 문제는 34년 전부터 세계가 주시하는 분쟁이 이어져 왔다. 특히 NLL은 지난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상의 군사 분야 합의사항에 들어있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및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조항에 따라 남북 간에 협의를 해야 할 주요 과제로 공식 인정된 바 있다. 이처럼 NLL은 남북한의 화력이 집중돼 있는 한반도의 화약고라는 것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다.'(6·15 언론본부 논평)

정부 관계자들의 엇갈리는 발언 이후 양면성을 띠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NLL은 휴전협정 체결 후 우리 해군 및 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다. 이 같은 NLL의 탄생 과정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안보적 개념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설정 이후 지금까지 NLL이 실질적으로 해상경계선으로서 기능을 해왔다는 점에서 영토주권과 관련 있다는 김만복 국정원장의 발언도 타당하다. NLL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신문 사설)

▨ NLL 문제의 해법

NLL을 어떤 의미로 보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의 방법은 달라진다. 과연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의제인지, 논의한다면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시각이 다르다. 각 주장들의 앞뒤 논의를 서로 연결시켜 이해해야 한다.

NLL을 영토 경계선으로 본다면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다. 회담 준비 단계에서부터 결코 언급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NLL 재설정 문제를 남북정상회담 석상에서 논의하게 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영해와 영토의 일부를 양보하는 국익 배반임은 물론, 그에 앞서 정상회담 의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간 접촉 이전 단계에서 북한이 그간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항을 회담 의제로 거론하는 것 자체부터 또 다른 행태의 대북 저자세가 아닐 수 없다고 믿는다.'(신문 사설)

논란 끝에 NLL 문제의 해결 방안을 마련했는데 굳이 정상회담에서 획기적 변화를 모색할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NLL 문제는 오랜 논란 끝에 NLL 주변의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통한 충돌 방지가 현실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최선의 타협책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사회 전체가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그게 합리적 해법이다. 이에 따라 이미 남북 군사회담에서 어렵게나마 실무 협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마당에 남북 정상이 과거와 같은 선언적 다짐을 넘어 획기적 현상 변경에 합의하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하다.'(신문 사설)

경제 교류에 비해 한층 뒤처져 있는 정치·군사 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에 대한 기본적 수준의 합의를 이루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남북 군사대화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는 NLL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 정상이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군사적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협 및 교류 사업에 비해 답보상태에 있는 남북의 정치·군사 관계 발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신문 사설)

한편으로는 2005년 공동어로구역 설정 원칙에 합의한 뒤 현실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NLL 해결 노력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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