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언스 레터] 에너지는 보존된다는데 왜 절약해야 하나

한동안 많은 비가 내려 여름이 끝나는가 싶더니 다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의 주범은 에어컨. 그 때문에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전기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보존된다고 하는데 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할까?

어떤 물체에 일을 해주었을 때 물체에 해준 일과 같은 크기의 에너지를 가지거나 그 물체가 가진 에너지가 감소하는 만큼의 에너지가 다른 에너지로 전환되므로 총 에너지의 양은 일정하다는 것이 열역학 제1법칙이다. 즉 에너지는 그 모습만 바뀔 뿐 새로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으므로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보존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이유는 총 에너지의 양은 일정하지만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에너지의 양은 줄어들기 때문이며 그 반대로 사용가능한 에너지량이 증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열역학 과정에서 일어나는 방향성을 수량적으로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라고 흔히 말하는데 학생들을 가르칠 때 엔트로피를 인간이 사용할 수 없는 형태의 에너지라고 설명해주곤 한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에너지 비가역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비가역성이란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되고 그 반대 방향으로는 진행되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따라서 에너지 비가역성이란 에너지가 항상 사용가능한 형태에서 사용불가능한 형태로만 진행되며 그 반대 방향은 일어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일정량의 에너지를 사용하면 똑같은 양의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 형태인 엔트로피가 되므로 총 에너지의 양은 변하지 않지만 사용한 만큼 엔트로피는 증가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를 두고 에너지는 방향성을 가진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방향성을 가진 예로 뜨거운 커피잔을 그대로 두었을 때 더 뜨거워지지 않고 식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열은 뜨거운 물체에서 찬 물체로는 흐르지만 그 반대방향으로는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물에 붉은 색 잉크를 떨어뜨리면 잉크는 퍼져서 물이 모두 붉은 색이 되지만 그 반대로 잉크 분자들이 원래의 상태로 다시 모이지는 않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현상은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방향성을 가지며 그 과정의 방향성을 예측할 때 열역학 제2법칙이 사용되는 것이다.

에너지란 지구상에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이 자꾸만 줄어든다고 하는 열역학 제2법칙의 관점에서 본다면 에너지 절약이 인간 생존에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 심층 면접 관련 질문

1. 열역학에 대해 아는 바를 말해보라.

2. 열역학 법칙과 그 예를 말해보라.

3. 외부에서 동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영원히 움직이는 영구기관이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해보라.

4. 철수는 열역학 제2법칙에 관해 배운 후 지구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기 위해 산에 오를 때마다 산 아래쪽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서 산 정상에 옮기기로 결심하였다. 철수의 이런 생각에 대해 비판해보라.

5. 대부분 두 물체가 충돌할 때 역학적 에너지는 감소하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보라. 그리고 충돌 전후의 운동량의 크기는 어떻게 되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차정록(차선생 과학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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