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남을 배려하는 사회를…

아침에 일어나니 창문 사이로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오랜만에 아침 햇살의 여유로움을 즐기다가 아뿔싸 그만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게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내 자동차 앞으로 누군가가 차를 이중주차해 놓은 게 아닌가.

주차장 시설이 협소하다 보니 흔히 있는 풍경이다. 이중주차되어 있는 차를 밀어보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차 안을 들여다보니 사이드 기어가 힘껏 위로 당겨져 있다. 연락처를 알기 위해 두리번거려 보지만 어디에도 차량번호를 적은 메모 한 장 없다.

관리사무실로 급하게 뛰어가 겨우 차량의 주인을 알아내고는 연락을 취한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차량 주인이 내려오지 않는다.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한참 만에야 나타난 차량 주인께서 아주 못마땅한 눈빛을 보이며 다가와 차를 빼준다.

조금 늦었지만 서둘러 가면 지각은 겨우 면할 수 있을 것 같다. 네거리의 교차로에 정차해 있는 앞차에서 나오는 요란한 음악소리가 모든 이들의 정신을 빼놓고 있다. 젊은 친구들이 차를 몰고 나와 한껏 기분을 내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앞차 차창 밖으로 연방 하얀 액체를 분출하고 있다. 침이다. 하얀 기체도 함께 내뿜는다. 아침부터 담배를 피워대니 목이 아프고, 가래가 생기니 차창 밖으로 가래를 내뱉고 있는 것이다. 차가 출발할 때쯤 창문 밖으로 서너 개의 하얀 막대 같은 것이 퉁겨 나온다. 담배 꽁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조금 서둘러 본다. 그런데 내 앞에서 진행하는 차가 완전히 굼벵이 걸음이다. 자세히 보니 뒷유리창에 병아리 그림과 함께 초보운전이라고 쓰여 있다. 갑자기 뒤에서 오던 택시가 느림보 운전을 견디다 못해 연방 경적을 울려 댄다. 그러나 내 앞의 저속차량은 귀마개라도 하고 온 모양으로 느린 행보에 변함이 없다.

직장 근처의 네거리에 다다르니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차량들이 진행을 못하고 있다.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교차로 쪽을 보니 교차로 안에서 차들이 서로 뒤엉켜 있다. 아마도 교차하는 차들이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교차로 안으로 차량을 진행시킨 관계로 신호가 바뀌어도 양쪽 차로 모두 진행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른 시간이라 교통순경 아저씨들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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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과를 마치고 먹음직스러운 저녁식사 광경을 떠올리면서 퇴근길을 서두른다. 진행차로로 질서 정연하게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간다. 갑자기 내 앞으로 뭔가가 시야를 가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옆 차로의 차가 깜박이도 넣지 않고 뛰어든 것이다. 아마도 깜박이를 넣으면 내가 비켜 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집 근처에 이르렀다. 집 근처의 이면도로에는 재래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항상 번잡하다. 2차로 도로 중 한 차로는 상인들과 주민들의 불법주차로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네거리 교차로에는 신호등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네 방향에서 오는 차들이 서로 먼저 교차로를 지나가겠다고 차량을 진입시키고 있어 아수라장이다. 시계 방향이든 시계 반대 방향이든 한 대씩 차례로 진행하면 서로가 다 잘 빠져나갈 수 있을 터인데, 모두가 양보를 해주지 않고 차 머리를 들이밀어 대니 결국은 아무도 순조롭게 진행할 수가 없다.

어렵사리 시장 앞을 지나 집 앞에 거의 다 와서 유턴을 하려고 차를 돌리는 순간 또 하나의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유턴하는 반대 지점의 도로변에 차량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어 한번에 차량을 돌릴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차량을 후진시켰다가 다시 한번 유턴을 시도하는 바람에 내 뒤를 따라오던 모든 차량이 한동안 정지할 수밖에 없다. 미안한 마음에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본다. 남을 조금만 더 배려하면 서로가 좀더 즐거워질 수 있는 하루였다.

민병우 계명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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