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실인지… 사우나인지…' 지역 中·高 찜통수업

20일 개학한 대구시 달서구의 한 중학교가 폭염으로 5분씩 단축수업을 실시한 가운데 한 학생이 교복을 벗고 반팔차림으로 공부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0일 개학한 대구시 달서구의 한 중학교가 폭염으로 5분씩 단축수업을 실시한 가운데 한 학생이 교복을 벗고 반팔차림으로 공부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9월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진다는데 고작 선풍기 몇 대로 어떻게 견딜지 막막해요."

20일, 개학으로 시끌벅적해야 할 학교는 더위에 녹아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대구의 기온은 방학 직전인 7월 중순의 최고기온(23~26℃)보다 훨씬 높은 31.5℃. 달서구 이곡동 한 중학교 건물의 창문은 모조리 열려 있었다. 체육수업은 나무그늘 아래에서 진행됐고, 교실 안도 사정은 다를 게 없었다. 4대의 선풍기가 풀풀거리며 돌아가는 아래 다닥다닥 붙어 앉은 학생들의 모습은 힘겨워 보였다. 단추 서너 개를 풀어헤친 채 엉덩이를 의자 뒤로 쭉 빼고 엎어져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비슷한 시각 달서구의 또 다른 중학교. 개학을 앞두고 청소를 하러 나왔다는 정미경(16·여) 양은 "교실에 에어컨도 없는데 38명이 함께 수업받을 일이 걱정"이라고 했다. 정 양의 교실 역시 60㎡ 남짓한 공간에 선풍기 6대가 냉방시설의 전부다.

20일을 전후해 대구지역 대부분의 중·고교가 개학을 했지만 냉방시설이 부족해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불볕더위에 무기력 증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중순까지 불볕더위라는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선풍기 몇 대로는 쪄죽는다.'는 학생들의 아우성도 무리는 아닌 것.

이 때문에 대구의 상당수 중·고교들은 교육인적자원부와 대구시 교육청의 '폭염 시 각급 학교 수업관련 조치계획'에 따라 20일부터 수업시간을 5분씩 줄여 하교 시간을 3시 20분에서 1시간 앞당겼다. 대구시 교육청에 따르면 20일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중학교 47개, 전문계고 14개가 단축수업을 했으며, 21일에도 55개교가 단축수업을 했다.

현재 대구 중·고교의 에어컨 보급률은 중학교 51.3%, 고등학교 80.1%에 그치고 있어 무더위가 지속되는 동안 상당수 학교의 단축수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주 중 개학하는 학교들도 학교장 재량으로 단축수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종구 와룡중 교장은 "학생들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기온이 내려갈 때까지 탄력적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모자란 수업량은 차후에 보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교의 경우 개학이 9월 초에 집중돼 그나마 다행이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달 27일 공산초교와 영신초교를 시작으로 개학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초교에도 에어컨이 없기 때문. 시교육청은 2005년 초·중·고교 1천100개 교실(전체 2만 6천300여 교실)에 각각 65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에어컨을 설치했지만 2006년부터는 사업비가 모자라 147개에 그쳤고, 올해는 단 한 곳도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경북에서는 20일 19개, 21일 20개 중·고교가 단축수업을 했다. 또 안동중과 안동여중은 20일 개학을 했으나 폭염으로 수업이 정상화되지 않자 27일까지 개학을 미뤘으며 포항해양과학고도 27일 개학하기로 했다.

권동순·최병고·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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