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증시에서 기록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툭하면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기록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롤러코스터 장세'라는 말이 나올만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개미들은 놀라울만큼 차분하다. 사상 최대의 폭락이 벌어진 날도 개미들은 주식을 사모으고, 펀드에 들어갔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이긴다'. 폭락장세에서도 개미들은 이 말을 잘 지켜냈고 20일 증시는 다시 반등했다.
그러나 21일 오전 현재 또다시 코스피지수는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혼전 중. 극심한 변동성속에서도 개미들의 인내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국 증시는 기록 제조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초래된 글로벌 증시 폭락을 극복한 20일, 코스피 지수 상승폭은 93.20포인트로 사상 최대였다. 코스피 지수 상승률도 7.64%로 5년 6개월만에 최대치였다.
뿐만 아니다. 코스피 200지수 선물 상승폭은 12.90포인트로 사상 최대였다. 개인들의 순매수 금액은 5천 532억 원으로 사상 7번째로 많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승종목은 780개, 상한가를 친 종목은 70개로서 이같은 수치는 6년여만에 최대치다. 코스닥시장에서 상승종목 역시 906개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상한가를 친 종목은 105개로 2년여만에 최대였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지수 선물이 급등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20일 코스피와 코스닥을 더한 시가총액은 956조 9천654억 원으로 전날에 비해 52조 6천 344억 원이나 불었다.
사상 최대의 폭등이 일어났던 20일로부터 불과 2거래일전인 지난 16일엔 또다른 기록잔치가 벌어졌다. 20일과 정반대 기록으로, 이날 코스피지수 하락폭은 125.91포인트로 사상 최대치였다.
외국인들은 이날 하룻동안 1조449억 원어치를 순매도, 역시 사상 최대치를 만들어냈다. 코스닥 하락종목은 937개였고 이는 사상 최대치였다. 코스닥지수 하락률은 10.15%로 사상 4번째.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모두 지수선물 급락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폭락이 거듭되면서 이날 하룻동안에만 시가총액 72조8천498억 원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
◆꿋꿋한 개미들
개미들은 폭등 장세에서 흥분하지 않고, 폭락장세에서 망연자실한 나머지 투매해버리는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고 있다. 특히 사상 최대치의 폭락이 일어났던 지난 16일의 '검은 목요일'에서 손절매가 아닌 저가매수를 선택했다.
주식시장 폭락으로 '펀드 위기설'이 나왔던 지난 16일 국내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하룻동안에만 2천188억 원이 순증했다.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의 장기적 전망을 '우상향'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내리면 펀드에 들어가는 '저가매수'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80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1,900선 아래로 내려간 지난달 27일에도 올들어 최대 규모인 6천6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들어왔었다.
이와 관련,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증시에서 '개미의 힘'을 인정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한국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던 17일엔 주가 하락을 저지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주목받았다는 것. WSJ는 최근 몇년간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보다 부동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주가 급락 와중의 순매수는 주목할만한 사안이라고 했다.
WSJ는 또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급락이 투자자들에게 진정한 투자의 의미를 가르치는 기회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순 NH투자증권 대구지점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의 가치를 알게됐으며, 특히 주식에 숨겨진 내재가치까지 분석할 줄 아는 힘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한국 금융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향후 극심한 변동장세가 계속될 것이며 코스피지수가 1,800에 이르면 1,900까지 다시 가는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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