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학원가 방학특강 "유학생 몰린다"

포항의 중학교 3학년 김모(15) 군은 이번 여름방학을 대구 신암동에 있는 이모집에서 보냈다. 대구의 학원가에서 고등학교 수학·과학 과정을 미리 배우기 위한 것. 김 군은 "고교에 가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대구로 왔는데 수업내용과 수험정보 등 여러 면에서 포항보다 나은 것 같다."며 "겨울방학 때도 일찌감치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름방학 동안 학원 수강을 위해 대구로 몰린 경북의 중·고교생들이 예년보다 한층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 학원가의 경쟁력이 높다는 평판에 따라 대구 연고를 찾아 방학 동안 단기 수강한 수도권의 학생들도 눈에 띄게 많아져 이채다.

대구의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학 동안 단과종합반이나 수학·과학 선행반, 경시대회반 등을 수강하기 위해 포항, 김천, 상주 등지에서 대구로 유학 오는 행렬이 해마다 10~20%씩 늘고 있다는 것.

수성구의 한 수학 학원장은 "지방에서는 경시대회나 특목고 준비 등이 특히 어려워 여름방학 때 단기 강좌를 듣는 학생이 적잖은데 올해는 더 많은 것 같다."며 "12명 가운데 4명이 경북 학생인 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포항의 고교 평준화 실시,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개통 등의 여파로 포항 지역 학생들이 유난히 늘었다."고 분석했다.

포항의 학부모 김모(47·포항 우현동) 씨는 "중3 아들의 학원 수강을 위해 아내가 매일같이 아이를 태우고 대구를 오갔다."며 "방학 때마다 큰 아들을 대구로 보내 성과가 좋았던 경험을 둘째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학을 이용해 대구 학원가를 경험해보려는 수도권 학생들도 갈수록 늘어 토플 등을 듣기 위해 서울로 가는 대구 학생 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2, 3월에 수도권의 유명 학원으로 향했던 대구 출신 재수생들도 7, 8월 대구 학원가로 대거 U턴해 일부 학원은 수십 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한 입시학원장은 "수성구를 중심으로 한 대구의 교육 성과가 뛰어나고 학원이 강세라는 소문이 의외로 수도권에 파다하다."며 "학습 분위기나 강사의 성향, 커리큘럼 등에서 서울과는 색다른 경쟁력이 있다는 평이 많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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