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고도 이긴 후보, 박근혜의 다음 選擇

이번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또 다른 승자가 됐다. 그의 경선 패배는 너무도 아쉬운 결과일 수 있다. 2004년 3월 당 대표로 취임하여 불법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나락에 빠진 당을 구해낸 것이 그였다. 대선까지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집념이 없을 수 없었다. 黨心(당심)도 그런 박 후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경선은 '경제회생과 사회통합의 추진력 있는 지도자' 이명박을 선택했다.

박 후보는 당을 살려냈을 뿐 아니라 깨끗한 경선 승복으로 정당사를 새로 쓴 지도자로 기억되게 됐다. 지금까지 자신의 역할을 십분 다해냈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직도 남은 과제가 있다. 당과 다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정권을 재창출하는 일이다. 그는 경선 패배를 선언하며 "나를 도왔던 그 마음으로 정권 창출에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그의 지지자 58%가 이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그런 여망을 제대로 읽고 받드는 것이 박 후보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대선의 중심 역할' 즉 선대위원장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이 그 단초를 여는 길이다. 두 사람은 경선 과정에서 지독하게 싸웠다. 그러나 국민의 뜻은 시종일관 누가 이기든 합심하여 정권을 창출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열망과 기대를 생각한다면 박 후보는 대선의 중심 역할을 피해갈 수 없다.

이 후보에 대한 정치적 빚도 없지 않다. 본선 필패 후보, 사퇴해야 할 후보로 몰아세운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자해행위였다. 박 후보는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과열 경선이 뿌려놓은 수많은 함정과 속박들을 되메우고 풀어내야 한다. 그에게는 아직도 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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