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을 업그레이드하라."
요즘 회사마다 직원 재교육을 하느라 난리다. 수시로 직원들을 내·외부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시키고 그 결과를 승진인사에 반영하는 회사들이 많다. 기업의 성장동력이 '인재 육성'에 달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벌어지는 풍경일 뿐, 중소기업 중심의 대구에서는 제대로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상황에서 직원 재교육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기업주들이 많다.
◆직업훈련 참여율 낮아
"교육을 받으면 더 나아질 것이 있나요?" "한두 명만 빠져도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데…." "퇴근하고 교육받으려는 직원이 어디 있을까요?" "교육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여기는 직원들이 많아요."
지난해 말 '취약계층 교육훈련 프로그램개발 조사'를 벌인 계명대 사회학과 임운택·최종렬 교수팀은 대구지역 기계금속산업 기업주들의 인식에 새삼 놀랐다고 한다. 직원 재교육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임운택 교수는 "직원들을 실컷 가르쳐 놓으면 조건 좋은 곳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주도 있었다."며 "지역에서는 직원 재교육이나 기술 개발을 등한시한 채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 교수팀이 기계금속산업 56개 업체의 기업주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보니 '교육훈련을 했거나 지원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67.9%이었고, '있다'라는 응답은 32.1%였다. 교육훈련을 실시하지 못한 이유로는 '인력부족'이라는 응답이 55.6%로 가장 높았으며 '적절한 프로그램이 없다' 22.2%, '근로자의 관심과 이해가 낮다' 14.8%, '예산 부족' 7.4%순이었다.
대구지역의 기업주나 종사자들이 타 지역과 달리 직업훈련에 훨씬 더 무관심한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6월까지 대구의 재직자 직업훈련(수강지원금 포함) 실시율은 고작 9%. 고용보험 피보험자수 47만 1천976명 중 4만 2천 명이 훈련에 참가했다. 이는 대전의 7분의 1 수준이다. 대전의 경우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29만 9천791명 중 18만 7천259명이 직업훈련에 참여, 훈련 실시율이 62.5%에 이른다. 경기도(27.5%), 광주(25.5%), 부산(17%) 등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직업훈련 여력없는 중소기업 많아
대구의 재직자 직업훈련 참여율이 유독 낮은 이유는 뭘까.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지역의 산업구조 탓으로 돌린다.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대기업처럼 직원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고, 인력이나 자금이 부족해 인력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격차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당장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교육 참가로 근로자를 현장에서 빼낼 수도 없다."고 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에서 오랜 직장생활을 했던 한 업체 임원은 "수도권과는 달리 사업주와 종사자들이 현상태에 머무르려고 할 뿐, 도전과 모험을 싫어하는 경향이 짙다."고 했다.
실제 대기업이 많은 곳에서는 대구와 사정이 크게 다르다.
포스코 등 대기업이나 계열사가 많은 포항의 경우 직업훈련이 활성화돼 재직자훈련에 고용보험 피보험자 16만 2천593명중에 16만 1천990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수강지원금 제도를 활용해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에 나선 훈련실시율도 100.5%나 된다. LG, 삼성 등 대기업 공장이 있는 구미에서도 기업 차원에서 직업훈련을 많이 해 근로자 3만 9천292명(피보험자수 대비 25.9%)이 교육을 받았다.
◆쉽게 프로그램 활용할 수 있다.
기업주와 직원들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직원 재교육, 자기계발에 나설 수 있다. 정부가 고용보험기금 일부를 재직자의 능력개발 훈련에 지원하고 있어 사업주는 최소한 비용으로 직원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생산성까지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한국폴리텍Ⅵ대학의 직업훈련컨소시엄 사업. 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교육훈련기관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 군로자의 직업능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이 사업은 근로자의 교육 훈련뿐만 아니라 기술지원, 인력부족 해소까지 지원하고 있다. 처음에는 교육 참여율이 저조했으나 갈수록 참여기업이 늘어 지금까지 모두 2천985개의 중소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출된 교육인원만 1만 4천 명. 산학협력단 교육운영팀 양재선 과장은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근로자들을 위해 야간에 수업을 진행하고 기업의 요청이 있으면 현장으로 달려가 직업능력을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과 현장의 요구에 맞는 200여 개 과정을 개설하고 있으니 마음껏 활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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