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귀뚜라미

올 여름 날씨를 두고 말들이 많더니 기어코 어느 신문에 '기상청도 설명 못 하는 8월'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7월 25일 전후 장마가 끝남과 동시에 한더위가 닥쳤다가 8월 15일쯤 한풀 꺾이는 날씨 순환 주기에 이변이 생겼다는 얘기이다.

대신 올해는 장마철이 종료 며칠만에 되살아난 듯한 일이 벌어졌고, 상당수 지역에서는 이 기간 강우량이 장마철 것보다 훨씬 많기까지 했다. 대구를 기준으로 본다면 8월 둘째 주 일주일 정도가 그런 날들이었으나, 이 '장마 부활 현상'은 올해만의 특별한 게 아니라 해가 바뀔수록 뚜렷해져 온 기후 변화의 꾸준한 추세라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때문에 이제 장마철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6월 하순 이후 8월 중순까지를 하나로 묶어 열대지역에서처럼 '우기'라는 개념으로 확대 파악하자는 제안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태풍 때를 연상시키는 집중호우의 양태를 띠면서 예측이 어렵게 이곳저곳 마구 옮겨다니는 게릴라성을 겸비한 것 또한 이번 8월 강우의 특징이었다. 공공기관인 전남도청이 정색하고 공문을 보내 기상특보 발령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구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그 탓이었다. 7월 1일부터 8월 15일 사이에 정작 호우(80㎜ 이상)가 내린 것은 5일뿐인데도 그 주의보는 무려 14일간이나 발령됨으로써 홍도'완도'땅끝마을 등 유명 지구에 대해 '손님 쫓는 특보'가 됐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7월 장마에 이어 '8월 우기'까지 늘어지니 올해 한더위 철은 그럭저럭 큰 고생 않고 넘기게 되려나 했다. 작년만 해도 대구에선 8월 15일을 고비로 복더위의 상징인 열대야가 사라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기대조차 빗나갔다. 숙져야 할 바로 그 시점에서야 오히려 제철을 맞기라도 한 듯 이번엔 불볕더위가 '부활'한 것이다. 그러자 수온이 지금도 24℃나 된다는 남해에서는 해수욕장들이 개장 기간을 10여 일이나 늘리는 이변이 일어났다. 대구 교육당국은 내년부터 아예 여름방학을 일주일 정도 늘리고 겨울방학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분명 수상한 8월이다. 하지만 어제 소낙비가 쏟아진 뒤 오늘 아침부터는 가을의 전령이라는 귀뚜라미 소리가 뚜렷해진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내일의 처서를 넘기고도 이 불볕더위가 계속 버티는지 두고 봐야겠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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