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언론 목 죄어 國民 눈과 귀 가리겠다고

앞으로 국정홍보처장으로부터 출입증을 발급받지 못한 기자는 정부를 취재할 길이 없어진다. 홍보처장은 1년마다 이 정기 출입증을 새로 발급하며 경우에 따라 발행을 거부할 수 있는 길마저 열어 두었다. 정부가 총리 훈령으로 공개한 '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안'을 보면 홍보처장이 총괄해 모든 부처 취재기자의 등록을 받아 이 같은 출입증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청사에 드나드는 모든 기자를 손아귀에 넣어 일률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5공 군사정권의 악명 높은 프레스카드 제도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발상이다.

1980년대 5공 당시는 문공부가 발행한 프레스카드를 소지해야 기자였다. 그 외는 원천적으로 취재'보도를 할 수 없게 꽁꽁 묶었다. 자유민주주의를 두려워한 독재권력에게 이보다 손쉬운 정권 유지 수단이 없었다. 언론은 할 말을 못하는 반신불수였고 권력과 유착했다. 최대 피해자는 암흑 같은 세월을 보낸 국민이었다. 이 정권이 꾸미는 언론정책이 딱 그 모양이다. 개혁의 미명 아래 5공의 反(반)민주적 발상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정부 부처 출입기자단의 반발 성명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과 취재 통제 조치에 반발하는 성명은 외교부, 재정경제부, 노동부, 경찰, 과학기술, 정보통신, 건설교통부 기자단으로 이어졌다. 기자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공무원을 만나는 對面(대면)취재를 사실상 봉쇄하는 조치다. 이는 기자를 한낱 통신원이나 정부 홍보요원 정도로 취급하겠다는 의도다. 언론의 정부 감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거다.

80년대 민주화 격변 이후 언론계가 이렇게 요동친 적이 없다. 다 끝난 정권이 어떻게든 언론의 목을 죄겠다고 발버둥치고, 바쁜 기자들이 자유언론 수호에 목을 매야 하는 이 나라는 도대체 어느 시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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