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건축 등 문화계에서 줄곧 학력 위조사건이 터지고 있는데, 왜 유독 이 계통에서만 문제가 일어나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학벌 위주의 사회라는 데 동의하지만, 이 문제를 우리가 가지는 대학에 대한 인식과 결부시키고 싶다.
현재 각 대학은 심각한 생존경쟁 속에 놓여있고 학교홍보 등을 위해 대학 자체로서는 평가도 검증도 못할 유명 문화계 인사들을 교수로 받아들였던 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계통의 학문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즉, 이론보다는 전문기술직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연극영화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대학은 파리3대학뿐이다. 건축·음악·미술·영화뿐만 아니라 행정·방송 같은 분야도 대학이 아니라 전문학교, 즉 에꼴(ecole)에서 그 기술을 전수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이 지닌 기능과 전문학교가 지닌 기능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이 교양인과 전문기능인 양성을 거의 도맡아 하고 있다. 전문대학이 별도로 있다고 항변할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전문대학은 대학의 기능 중 전문기능인 양성에 초점이 맞춰진 단기 고등교육기관일 뿐이다.
따라서 전문대학이 프랑스의 전문학교 스타일로 전환되거나 현 대학들에서 이런 계통의 학문이 분리되더라도 기술·예술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필요하면 5년제, 6년제 등을 채택하도록 해 대학보다 더 권위가 있도록 해주고, 또 여기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일반 고등학교를 나올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대학이 아카데미 또는 상아탑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IMF 환란 이후, 대학의 수많은 학과들이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거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신종 학문영역들이 생겨났는데, 이름도 생소한 학과들이나, 특성화를 빙자하여 전문대학의 특정학문을 전공으로 삼는 학과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어떤 경우, 학과 이름은 방대해지나 커리큘럼은 소속 학과 교수의 선호도에 따라 지엽적인 것에 치우친다. 또 취업과 연계해 바로 실용화할 수 있다는 장점의 명칭이지만 정작 전공취업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교양과 전문지식 전수라는 대학의 교육기능과 전문기술 전수라는 전문학교의 기능 차이의 예를 프랑스 고등교육기관 시스템에서 볼 수 있고, 이것은 교수임용 때의 평가와 검증이 학력과 무관할 수 있는 분야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게 한다. 보편적 기준과는 별도의 기준이 필요한 곳이 있듯이 다양성의 사회에서 획일적인 기준은 불편부당하다.
백찬욱 (영남대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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