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위원석] "비판에 귀기울이고 지역신문 역할 충실해야"

노무현 대통령 790건, 김범일 대구시장 212건,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171건. 매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검색창에서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기사를 검색한 결과다. 같은 기간 동안 국회 1천373건. 대구시의회 124건, 경상북도의회 92건이었다. 건수만을 보면 정치에 관한 한 매일신문의 보도는 지방정부와 지방정치보다는 중앙정부와 중앙정치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매일신문의 보도 경향은 중앙정부·중앙정치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방정부·지방정치의 그것보다 훨씬 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일 수도 있고, 지방정부·지방정치가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뉴스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방정부·지방정치보다 중앙정부·중앙정치를 더 가까운 것으로 여기고 있는 독자들의 취향과 요구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화·지방자치의 시대에 지역신문인 매일신문이 지방정부·지방정치보다 중앙정부·중앙정치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지역신문이라면 지방정부·지방정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의도적이라도 이에 대한 보도를 늘려야 하지 않을까?

지역주의 등 전근대적 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지역권력에 대한 견제세력이 미미한 지역사회의 현실에서 지역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민주적인 공론의 형성은 매일신문 등 지역언론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매일신문은 중앙권력에 대해서는 가혹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비판의 칼날을 날카롭게 세우는 반면에 지역권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 같다. 관대함이 지나쳐 지역권력의 잘못보다 이에 대한 매일신문 기사를 읽는 것이 더 화가 날 때도 가끔 있다.

그리고 매일신문은 지역사회 중요 현안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정확한 진단보다는 지역발전·지역이익이라는 주관적 판단에 따라 일방적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는 대규모 행사나 기관·시설의 유치, 대형 토목사업, 주택건설 등 특히 건설과 개발 관련 사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부작용이 없는 일은 없고, 이 때문에 이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도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이게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그런데 매일신문은 이러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외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에 대한 발목잡기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나는 매일신문의 보수적인 논조보다 이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획일적인 사고를 강요하고,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선자치 재개 이후 대구지역의 '정체' 또는 '퇴보'의 원인이 지역사회 내부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역사회를 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화시키고, 지역발전의 동력도 지역사회의 자원에서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매일신문이 강조하고 있는 시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시각이 지면에 제대로 반영되는 것 같지는 않다.

모두가 그렇지만 특히 감시·비판을 업으로 사는 사람이나 집단에게는 자신은 비판의 대상에서 열외시키고, 남의 흠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경향이 있다.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내가 그렇다. 나는 매일신문이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지면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매일신문을 구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일신문이 지역신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매일신문의 논조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매일신문의 논조를 혐오하고, 매일신문을 극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지역신문이기 때문'에 매일신문을 구독한다. 이러한 독자들의 애증에 대한 매일신문의 최선의 행동은 지역신문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를 살리고 발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조광현(대구경실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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