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에서 김 형사로 나오는 부산 사나이 개그맨 김원효. 그를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끝없이 쏟아졌다. 비바람이 밀려오고 출입문 소리가 요란하다. 두 손으로는 바지를 추켜올리고, 떨어진 빗물을 툭툭 털면서 들어선다. 부산자갈치 시장이 생각났다. 부산사투리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영락없는 부산 촌놈이다. "목소리 톤을 고치려고 했는데요. 내가 더 자연스럽지 못한데 듣는 분들도 그럴 것 같아서 사투리로 편하게 말해요. 이게 듣기에 편하시죠?" 옅게 웃는 표정을 지어도 얼굴 근육전체가 움직여지고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바뀌는 모습이 개그맨으로서는 최상의 얼굴이다 싶다.
김원효는 데뷔경력 3년차 신인이다. KBS '개그사냥'으로 데뷔하고 '폭소클럽'에서는 '친절봉사대' 코너를 맡으면서 얼굴이 알려졌다. 하지만 무명시절도 길었다. 살기위해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부터 안 해 본 게 없다고 말한다.
"전단지를 돌리다가 절 알아보시고는 '방송은 안하세요?'라고 말을 거는 분도 계셨어요. 그러면 전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이상할 건 없으니까. 남을 의식하진 않아요. 하지만 마음 고생은 심했죠. 이 악물고 코미디 연습에만 매진했어요."
그는 "그 모든 경험들이 배우가 되기 위한 훈련의 시간이었고, 자신을 단련시켜 준 스승"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갖고 싶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없잖아요. 제 자식을 낳아도 세상에 모든 일은 다 시키고 싶어요. 다양한 일을 해보고 경험을 해봐야 지혜롭게 살죠. 경험은 마음을 살찌우게 하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아요."
시청자의 웃음코드는 상당히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개그맨의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다. 그에게 다음 코너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물었다. "코너의 부담감은 개그맨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겠죠. 이대로 끝나면 안된다는 절박함이죠. 지금 후속 작품을 연습중에 있는데 다음 코너도 자신 있습니다. 잘 될거에요."
그가 아르바이트로 하면서 얻어진 습관 중에 하나가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수첩에 적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는 악필. 적어두었던 글씨를 해독을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며 그는 쑥쓰러운 웃음을 지었다.
지금의 그가 있게 한 데는 부모님의 노고도 컸다. 특히 아버지는 하루에 수십번 문자로 개그 아이디어를 날려 주신다고.
"운세부터 시작해서 안보내시는 게 없죠. 한번은 50개의 문자를 한꺼번에 보내셨는데 그 중 쓸만한게 하나도 없었어요. 딱 한개 아버지 아이디어를 차용했지요."
만화가게에 외동아들로 태어난 그. 그의 아이디어가 만화책과 연관성을 가지는지 궁금했다. 그랬더니 부모님이 22년 동안 가게를 하시는 동안, 한 번도 만화책을 본적이 없단다.
"책만 보면 잠이 와서 그 땐 만화책을 전혀 보지 않았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부모님이 가게를 그만두시고 제가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만화책이 그리워져 가끔 찾게 되더라고요."
그는 부모님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착잡해 지는 듯 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부모님께 지면을 빌어 마음을 전하겠단다.
"걱정 좀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요즘 부산에는 왜 잘 안내려오냐고도 하시는데 죄송스런 마음 뿐이에요. 빨리 성공해서 부모님과 함께 한 집에서 살고 싶은데 진정한 효도를 못하고 있어 죄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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