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생명의 숲 지키기 합천군민 운동본부' 측은 "전두환은 전국적으로 죄인으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아호를 따 공원이름을 짓는 것은 합천군민에 대한 모독이다. 게다가 합천군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공정성이 의심스럽다. 1천 36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하나, 여론조사 대상자들이 군 및 읍'면 단위 유관기관단체장, 면장, 이장, 새마을 지도자 등이다. 읍'면장은 공무원이고, 마을 이장은 준공무원이다. 말하자면 관청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여론이 군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설문 대상자 선정이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당시 1천 364명의 설문대상자 중 '일해'를 선택한 사람은 302명으로 이는 합천군 전체 인구의 0.5%를 조금 넘을 뿐이다. 결코 군민 의견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007년 3월 현재 합천군 인구는 5만 3천여 명이다.)
민선 초대와 2대 합천군수를 지낸 강석정 전 군수는 "일해는 특정인의 이름이다. 사람 이름을 붙이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그때 가서 역사가 '그 사람을 그리워 할 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현존 인물인데다가 거론되기만 하면 좋지 않은 말이 나오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전 군수는 "(공연히 일해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합천 사람, 합천 땅 전체가 욕을 먹으니 답답하기 이를 때 없다."고 했다.
합천군 의회 열린 우리당 윤재호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단순히 우리 고향사람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합천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 그는 역사적 죄인이다. 우리 고향 사람이라고 해서 역사의 죄인을 덮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전화로 통화한 정순영 전 합천 부군수는 '일해라는 이름에 반대해서 군수와 마찰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기자가 밝히자 "특정한 공원이름에 반대하거나 찬성하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절차와 방법이 공정하게, 개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절차와 방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 문제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알 것이다."고 답했다.
윤재호 의원은 "숲을 조성할 때 합천군민들이 1천 600그루를 헌수 했다. 재일 동포들이 모국의 숲가꾸기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1억 2천만 원을 투자해 식수했다. 합천군민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문중의 좋은 나무를 많이 헌수 했는데, 이제 와서 이름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기증자들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60대 남자(합천군 적중면)는 "일해공원보다는 원래 이름이 좋은 것 같다. 뭐 하려고 풍파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대구에 사는 자식들이 부끄러워서 못살겠다고 한다. 합천 출신이 무슨 죄냐? 합천출신이 합천 출신이라는 말을 못하도록 한다."고 했다. 그는 "일핸지 식핸지 모르겠지만 먹고살기도 어려운 판국에 도대체 의미 없는 짓을 해서 왜 시끄럽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합천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일해공원 반대' 의견이 무수히 많이 올라 있다. ▷군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군수, 대단하십니다. ▷존경하고 존경하는 합천군수님! 일해 공원으로 양이 차시겠습니까? 차라리 이참에 합천군이라는 행정적인 표기 간판을 일해군으로 갈아치우는 것은 어떨까요? ▷합천군수 이하 군청 직원분들, 국민의 세금을 녹으로 받으시면서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습니까? ▷일해라는 건 한 개인을 위한 공원이란 뜻이겠죠? 그 공원 가보지는 않았는데, 전두환만 들어갈 수 있는 공원인가요? 아∼그 가족들이랑 당신 같은 몇몇 추종자들만을 위한 공간, 아닌가요?
강석정 전 군수는 "지금은 이런 일로 에너지를 소비할 때가 아니다. 어제 '일해' 붙이고 오늘 '일해'떼고 내일 또 '일해'를 붙이는 일이 자꾸 벌어지면 어쩌자는 것이냐. 지금이라도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 일해 글자가 떼어진 안내판. (새천년 생명의숲 지키기 합천 군민운동본부 배기남 사무국장 제공.)
정광효·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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