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장수기업)(8)중국은행

중국 베이징시내 중국은행 본점. 은행 간판을 보지 못하고 그냥 1층에 들어서면 특급 호텔에 왔다는 착각을 느낄지 모른다. 문안에 들어서면 거대한 실내공원에 온 느낌이 든다.

번잡한 은행 창구가 바로 나타나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행 본점은 창구가 뒤편에 '꼭꼭' 숨어있었다.

영업을 게을리하는 것이 아니냐고? 대답은 NO. 이 은행은 예금·대출 등 모든 은행 영업 영역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는 중.

95년의 역사(1912년 2월 설립)를 자랑하는 중국은행은 '글로벌 최고 은행'을 향해 뛰고 있었다.

◆세계가 우리 무대

중국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쑨원이 설립한 이 은행은 상하이에서 출발했다. 일찍부터 이 은행은 세계 시장에 눈을 떴다.

1929년 런던에 첫 해외지점을 낸 중국은행은 이를 시작으로 설립직후 불과 24년동안 무려 34곳의 해외네트워크를 만들만큼 '세계 경영'에 관심이 많았다. 중국 은행들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전문가들을 채용, 일찍이 현대적 금융 비즈니스 개념을 도입했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중국은행은 대구에까지 발을 들여놓고 있다. 현재 전세계 27개국에 진출해있으며 해외에서 128개 지점을 열어놨다.

이 은행은 격변의 중국 역사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시대에 맞게끔 변신하면서 전통을 이어갔다. 출범 이후 중국의 중앙은행의 역할에다 외환전문은행·무역금융전문은행 등의 기능을 해온 중국은행은 중국 공산화 이후에도 외환과 해외무역쪽에서 역할을 톡톡히해왔다.

1990년대 중국이 개방경제시대를 열면서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게된 중국은행은 상업은행으로서의 발걸음을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 세계적 상업은행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라는 속도가 놀랍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중국은행의 총 자산은 659조여 원으로 전년에 비해 12.40%나 늘었다. 예금액은 전년에 비해 10.59%, 대출도 8.80% 상승했고 순이자수입은 20.16%나 폭증했다.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대륙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 이 은행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몰려드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워낙 많아 20만 명에 이르는 이 은행 직원들은 하루 일과가 빠듯할 지경. 중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삼성·LG.현대 등에 대한 융자서비스액만해도 40억 달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은행이 일찍부터 해외에 눈을 돌린만큼 해외영업쪽에서도 성장세가 가시화하고 있다. 대구지점의 경우만 해도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등 해외 네트워크가 갈수록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

중국 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성장세가 빠른 아시아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만큼 은행의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했다. 쑥쑥 커가는 소리가 들릴만큼 성장엔진이 충분하다는 것. 이 은행은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매우 밝은 전망이 기대된다고 했다.

영국의 세계적 금융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가 지난해말 기준으로 최근 발표한 세계 1천대 은행 순위에서 중국은행은 9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행은 이 순위가 머지않아 더 앞으로 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착한 은행이 좋은 은행

지난해 중국은행의 상장 이후 새롭게 벌어진 일 중 하나가 사회공헌사업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주주들로부터 받은 것. 그만큼 중국은행은 중국 사람들과 100년을 함께한 기업답게 사회공헌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왔다.

이 은행이 가장 노력하는 것은 빈곤퇴치. 중국의 가장 큰 사회문제가 빈부격차로 알려진만큼 대표기업인 중국은행이 이에 대해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중국은행은 중국내 오지 마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배움에 목말라하는 것을 감안, 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펴고 있고 대규모 재해가 일어난 곳에는 빈곤구호팀을 직접 파견, 학교를 다시 세워주는 일도 벌인다.

중국의 미래를 여는 사업도 이 은행의 빼놓을 수 없는 사회공헌. 중국은행은 재단을 설립, 중국을 이끌어줄 과학자들을 2년에 한번씩 선정, 시상해주고 있다.

중국은행은 또 내년 베이징올림픽의 공식은행으로 뛰면서 중국의 도약을 이뤄낼 세계적 이벤트 개최 준비를 돕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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