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3·학부모 '수시2학기' 갈팡질팡

2008학년도 대입 2학기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으나 대학 지원 기준 불확실, 지원 경향 예측 불가능, 신뢰하기 힘든 정보 범람 등으로 뚜렷한 지원 전략을 세우지 못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학기 수시모집 비중이 전체 정원의 50%까지 확대됐지만 내신 9등급제 도입, 대학별 고사 확대 등에 따라 변수가 많아져 수능시험 이후 수시모집 전형 때까지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떠도는 학부모들=수시모집은 지난해까지 내신 성적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일부 수험생들만 집중적으로 공략했으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모집 정원이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내신, 수능, 대학별 고사 등 특정 요소를 중심으로 하는 전형도 다양해 사실상 모든 수험생들이 원서를 낼 수밖에 없게 됐다.

때문에 자녀를 대신해 정보를 수집하고 지원 상담을 하는 학부모가 대폭 늘어났으며 상당수는 지난달 초부터 입시학원 상담실이나 대학입시 설명회장 등을 찾아 발품을 팔고 있다. 한 학원 상담실에서 만난 학부모는 "1학기 내신 결과가 나온 뒤로 학교, 학원 등 도움되는 정보가 있는 곳은 어디든 간다."며 "원서접수 전에 친한 엄마들과 서울의 학원에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얼마 전에 수시모집 설명회를 열었는데 좌석이 모자라 200여 명이 다른 강의실에서 TV를 통해 들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고 전했다.

◆더욱 커진 혼란=수시모집은 수험생이 원하면 몇 군데든 지원할 수 있어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과 주요 학과들이 해마다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인다. 더욱이 올해는 내신이 9등급제로 바뀌어 종전의 석차백분율이나 대학별 산정 점수에 비하면 지원 기준으로서의 기능은 더 취약해졌다. 학교, 학원의 상담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한갑수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은 "수시 상담을 앞두고 학교에서 활용할 지원 잣대를 만들고 있는데 지난해보다 합리성이 훨씬 떨어진다."며 "개인별로 수능 성적과 비교하고 대학별 고사 유·불리 등도 따져야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잣대는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의 의존도가 높은 인터넷 정보들의 신뢰도 역시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밤 고교생 회원만 6만 명이 넘는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모 대학 지원 희망자들끼리 전형과 성적 정보를 공유하자는 제안이 올라왔다. 며칠 만에 수십 건의 댓글이 올라왔는데 같은 전형에 30점 이상씩 차이가 나 지원 희망자들의 분포를 감 잡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또한 '680점은 안정권이네요', '675점은 포기하는 게 올바른 선택입니다.' 등 근거없이 합격선을 예측한 글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처럼 왜곡된 입시 정보를 인터넷에 퍼뜨려 특정 학과의 지원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시도는 원서 접수 시기가 다가올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능 공부하며 정시까지 대비=고교 교사들과 입시전문가들은 아무리 수시모집 비중이 확대됐다고 해도 수능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시 지원 기회도 확보하면서 최저학력기준, 수능우수자 우선선발전형 등을 통해 수시에 합격하려면 수능 고득점이 필수다. 논술이나 심층면접 대비는 교과 공부와 연계해 심화학습 형태로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수시에 모든 것을 걸거나 대학별 고사 준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