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추억 속 보고싶은 언니

가을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그리움으로 묻어둔 언니를 독자카페 지면을 빌어 찾고 싶다.

홀가분하게 다니던 아가씨 시절, 더위가 물러설 무렵 언니네 집으로 놀러갔다.

언니는 살갑게 이것저것 챙겨 배불리 먹으라고 했고 잠시 나갔다 온다던 언니는 복숭아를 한 보따리 따 왔다. 한 소쿠리는 둘이 앉아 먹고 나머지는 집에 갈 때 가져가라고 담아 놓았다. 어두워지는 저녁하늘을 원망하며 언니 배웅을 받으며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고 마지막 주전부리 오징어를 건네준 언니는 반대편에서 자꾸 어둠 속으로 멀어져 가버렸다.

물끄러미 차창 밖 어둠에 휩싸인 배경을 감상하며 돌아오는 길, 잠시 정차 뒤 다시 달리기 시작한 버스는 포항을 지나 검문소 앞에서 갑자기 멈추었고 문이 열리자 여자 분이 쑥 올라오는 것이었다.

"어억∼언니 아이가?" "아이고 너는 왜 복숭아를 안 챙겨 갔노." 언닌 복숭아 건네주려고 영덕에서 포항까지 버스를 뒤쫓아 온 것이었다. 다시 작별인사를 하고 언니는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바쁜 일상 속에 별일 없음 쓸데없는 연락하지 말고 주소지가 바뀔 때는 꼭 연락하자고 약속한 언니야! 어둠 속에 복숭아 건네준 언니 뒷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언니야, 많이 보고싶다.

이동연(대구시 북구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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