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군대시절 가을체육대회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이 되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떠오른다. 경기 북부 어느 곳에서 군복무를 하던 시절이다.

가을이면 부대체육대회를 개최하였으며 선수들은 소속 중대의 명예를 걸고 우승을 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고 부대원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는 등 그날 하루만큼은 군인이 아닌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즐거웠다.

또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군인가족들과 마을 주민들의 공로이다. 하루 전부터 병사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준비해와 식사시간을 즐겁게 하였고 체육대회가 끝나면 모두가 연병장에 둘러앉아 노래자랑을 하는 등 민·군 화합의 한마당이 되기도 했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다음 휴일이 되면 부대에서는 소수인원을 제외하고는 대대적인 밤줍기에 나선다. 물론 부대 울타리 안에서이다. 부대 면적이 상당히 넓은 관계로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고 약 서너 시간만 주우면 트럭 한 대는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그렇게 주운 밤은 곧장 마을회관으로 향했고 이장께 인계되었다. 이장은 곧장 스피커 방송을 통해 마을 사람들을 모이게 했으며 배분을 하는데는 약간의 차등이 있었다.

홀몸 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는 많은 양을 주었는데 주민들 중 어느 한 사람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듯 비록 사소한 것이지만 민·군 관계를 돈독히 하며 국민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군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그 시절, 지금도 가을이 되면 그 추억을 잊을 수 없다.

김완룡(대구시 남구 대명8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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