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위조 사건 이후 그동안 학력을 속여 온 저명 인사들의 '커밍 아웃'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학벌 난시(亂視)' 현상은 학력 날조에 그치지 않는다.
제도권에 속하지 않는 개별 연구자로 줄곧 사회현상과 문화에 대한 대중적 해석과 이해라는 주제에 몰두해 온 저자는 도올 김용옥의 저서를 낱낱이 읽고 분석한 뒤, "김용옥은 사실상 인문학계의 황우석에 버금가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들 두 사람의 외피에는 '하버드대 박사'와 '서울대 교수'라는 타이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도올 김용옥 하면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 '독설', 자칭 '천재'가 떠오른다. 그리고 도올에 대한 비판 역시 그동안 계속됐다. 그런데 김용옥에 대해 한 권의 책을 썼다는 또 다른 대중적 스타(?)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조차 "나는 그의 책을 거의 다 읽었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러하듯 그의 독설만 즐겨 읽을 뿐 좀 어려운 이야기로 들어가면 대충 훑어볼 뿐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도올을 향한 비판은 소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했지만, 그 비판자들 중에서 김용옥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정말 경악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김용옥은 동양고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전설적 '도올강의'도 이 전제하에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저자는 김용옥이 정작 단 한 권의 고전도 번역한 사실이 없다고 지적한다. '도올논어'나 '노자와 21세기'가 번역서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김용옥 본인이 제시하고 이를 통해 기존 번역을 무자비하게 비판했던 기준에 비춰보면 거의 쓰레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정도는 관련분야 박사 과정 이상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대중강연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도올의 학문적 실체는 김용옥의 50권 저술 전체를 분류하고 서술한 4장 '김용옥의 학문이라는 것'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도올이 학술지나 잡지에 제출한 논문들을 보면 사념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이고, 더구나 학교를 떠난 이후 거의 한 편의 논문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도올이 학부생 시절 스승인 김충렬 교수의 이름을 사칭해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한 적이 있다는 사실. 그런데 도올은 이 범죄적 행위를 자랑스러워하며, 스승 김충렬 교수의 명성이 아니면 절대 실릴 수 없는 글을, 자신의 소싯적 재능이라고 도취에 빠져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전례없는 하버드 박사 학위 출신의 귀국 직후 행태, 그 유명한 '양심선언'과 교수직 사퇴, 1987년 6월 항쟁을 전후한 김용옥의 좌충우돌, 복직하려고 광인처럼 몸부림치던 시기, 그의 한의대 입학,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사회의 사상가로 군림하게 되는 과정, 성장배경과 학벌가문의 생리 등 김용옥의 실체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흥미롭다.
저자는 "동양고전을 공부하고자 하는 아마추어로서 '도올논어'를 참고하다 김용옥을 추적하게 됐다."면서 "기대와 너무 다른 책 내용에 당혹감을 느끼다 결국 김용옥의 정체와 본질을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두울 뿐 아니라 보지 않으려면 등잔 위도 보이지 않는 법'이라는 저자는 이 황당한 현실이 방치되는 이유는 상실된 사회적 상식 때문이라며 '끈질긴 상식의 회복'을 위해 집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28면, 1만 6천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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