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를 한꺼번에 판매하는 것보다 부위별로 파는 것이 이득이다. 신선한 상태로 냉각되었을 경우에만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판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섬뜩하게도 시체 판매에 통용되는 법칙이다.
미국에서 시체 매매 시장은 규모가 꽤 크다. 시체에서 얻은 뼈, 관절, 손, 발, 머리 등은 과학 발전과 의학 기술 진보를 위한 중요한 소재이자 큰 돈을 벌 수 있는 대상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 2억 달러였던 미국 시체 매매 시장 규모는 현재 10억 달러에 이를 만큼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언론인이 시체 매매 현황을 추적 취재한 결과를 논픽션 소설로 엮은 것이다. 성장일로에 있는 시체 판매업과 관리 감독 부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 파렴치한 브로커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기증자, 은밀한 거래에 관여하는 의사, 연구원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2005년 미국기자협회가 주최한 '데드라인 클럽 어워드'에서 특종보도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저자에 따르면 시체를 다루는 사업은 피라미드처럼 짜여 있다. 업자들이 시체와 각 부위를 브로커에게 팔면 그들은 다시 고객에게 판다. 시체 공급업을 하고 있는 몇몇 브로커들은 시체를 얻기 위해 사기나 절도 같은 사악한 수법을 쓴다. 미국내 10% 정도의 주에서만 화장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으며 전체 주의 절반 정도는 화장에 대한 법률이 아예 마련되어 있지 않다. 훈련을 받지 않은 화장장 인부들은 평균적으로 최저임금을 받기 때문에 시체 매매 유혹에 빠져들기 쉬워 화장을 앞둔 시체일수록 더 쉽게 범죄에 노출된다는 것.
실제로 PBS 장수프로그램 '명작극장'의 진행자로 미국적 고상함의 표상이었던 엘리스테어 쿡은 2004년 사망 후 시체 매매 암거래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의 뼈는 화장되기 전 가족 몰래 시체 조직을 판매하는 두 회사에 팔렸다.
또 지난해 호주 언론은 미국 장례식장에서 도난당한 시체 조직들이 미국과 한국, 그리고 호주 등지에서 환자에게 이식되고 있다는 보도를 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신문 부고란의 경우 장례지도사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경제 섹션으로 둔갑한다. 한때 시체 매매업에 몸담았던 그레이 부델맨은 저자에게 "이건 진짜 피 튀기는 경쟁세계라고요. 사람이 죽으면 그 즉시 시신을 얻어야 해요."라며 시체 매매의 실상을 털어놓았다.
책은 연구 및 교육 목적으로 판매되고 신선한 상태를 유지했을 경우 머리 550~900달러, 뇌 없는 머리 500~900달러, 뇌 500~600달러, 몸통 1천200~3천 달러, 어깨 1개당 375~650달러, 손목 1개당 350~850달러, 무릎 1개당 450~650달러, 다리 1개당 700~1천 달러에 판매되며 가격은 브로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미국에서 매년 대략 1만 구의 시체가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실습용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전한다. 시체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 메드트로닉, 존슨 앤 존슨 등 의료기구 제작회사들이 여는 상업적 목적의 세미나에도 사용된다. 이 세미나는 주로 최신 의료 장비를 시연하기 위해 시체의 특정 부위만을 필요로 한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는 연구실험, 외과, 성형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재료가 되기도 한다. 뼈를 갈아 반죽을 해 치근 수술에 사용하거나 심장에서 떼어낸 판막은 심장 수술에 쓰이기도 한다. 뼈, 혈관, 각막, 피부, 힘줄, 인대 등 이식 가능한 조직은 냉동, 냉동건조 또는 화학처리된 뒤 조직은행이라는 상업적인 업체를 거쳐 팔려나간다.
저자는 이식을 위한 장기 알선기구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은 삼엄한 반면 연구나 교육 목적으로 쓰이는 곳에 시체를 부위별로 공급하는 일은 정부 규제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아 상당수가 음지에서 비밀리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236쪽, 1만 2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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