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신장애의 적은 편견이었다"…이상동몽 축제

24일 오후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열린 정신장애인들의 축제,
24일 오후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열린 정신장애인들의 축제, '2007 이상동몽 문화축제'에서 시민들이 거리공연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병에 걸리면 약을 먹고, 피로한 몸을 추슬러 완쾌할 수 있듯 피해망상에 시달린다면 계속 사람들을 만나야해요."

우울증을 앓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버지니아 울프가 정신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작품을 통해 왜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유추해낼 뿐.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영문학도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고전으로 남아 있다.

세상의 오해와 편견의 시선 때문에 아픔을 숨겨야 하는 사람들. '정신장애인들'의 축제, '2007 이상동몽 문화축제'가 24일 대구시내 한복판에서 열렸다. '생각은 다르지만 같은 꿈을 꾸고 살아가자.'는 뜻으로 이날 오후 2시부터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축제에서 '과연 누가 정신장애인인가'라고 되물어야 할 정도로 그들은 정상적이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지능이 떨어지는 정신지체장애인과 달리 피해망상, 우울증 등에 시달려 약물치료를 받고 정신과의원이나 시설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사회의 거대한 벽과 마주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이날 무대에 올랐다.

이날 2·28공원에는 정신장애인들이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 시민들과 뒤섞였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정신장애인들을 찾을 수 없었다. 200여 명 중 50여 명은 분명 정신장애인이었음에도 말이다.

오후 3시, 2개월 넘게 연습해온 오카리나 연주 최종연습을 앞둔 권미진(가명·32·여) 씨의 손은 굳어졌다. 10년간 앓아온 피해망상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다가와서다. '병이 있을 뿐'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권 씨도 2년 전 처음 이 축제에 참여했을 때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눈길이 자꾸 땅으로 향했다고 했다. 그는 "시설에 와보니 나와 비슷한 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 위안이 됐다."며 "이제는 축제가 시내 한복판에서 열려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오카리나 연주를 하다 틀려도, 사람들의 눈길이 자신에게 집중돼도 신경 쓰지 않고 연주 내내 마음이 편했다는 것.

행사장에 들른 시민들도 '정신장애인'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정(24·여), 박미옥(24·여) 씨는 "공원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누가 정신장애인인지 모를 정도"라며 "정신장애인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편견과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도 정신장애인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장혜민(22·여) 씨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정신장애인들에게 기회가 적은 것을 알게 됐다."며 차별을 안타까워했다.

6개월 동안 정신장애인 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김도연(21·여) 씨는 "일반인들도 과도한 스트레스나 특정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정신장애인들도 마찬가지"라며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가장 무서운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를 꾸린 박상운 사회복지법인 베네스트 이사장은 "정신장애인들이 2, 3개월씩 연습한 걸 일반 시민들에게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겐 치료 효과가 있다."며 "환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거리에 나서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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