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참여정부의 赤字투성이 성적표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4년 6개월, 이제 남은 임기는 반년이다.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대선까지 넉 달도 채 안 된다. 아마 국민 다수가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왔고, 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난 세월이 그만큼 부담스러웠다는 이야기다.

그의 국정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붉은 글씨로 가득하다. 정부의 살림 솜씨를 보여주는 관리대상收支(수지)는 5년간 35조 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집권 후반으로 넘어올수록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다. 세금을 계속 더 걷으면서도 정부살림은 오히려 나빠진 것이다. 공무원 5만 8천 명 증원, 엄청난 토지보상, 요량 없는 대북'복지지출 등이 그 요인일 것이다.

예산을 규모 없이 써댄 결과 국가채무는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2002년 정권 출범 때 133조 6천억의 부채를 넘겨받아 2007년 282조 8천억으로 2배 이상 늘려놓았다. 노무현 정부로 인해 국민 1인당 300여만 원의 빚을 더 떠안게 될 형편이다. 실속 없는 반미주의로 엄청난 미래 빚까지 다음 정권에 떠넘기고 있다. 2012년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되는 비용은 줄잡아 100조 원 이상이다. 10월의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어떤 빚을 추가시킬지 조바심을 일으키게 만든다. 민생에 대한 무관심과 희박한 재정 관념이 일을 이렇게 만든 것 같다. 민생을 부자 호주머니 털기쯤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정치 성적표 역시 빨간 줄이다. 대통령은 5년 동안 국가 발전과 무관한 정치투쟁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국민들이 이를 따라주지 않자 여러 차례 자기부정의 발언을 쏟아놓았다. 아무도 그를 대통령이 아니라고 한 적이 없는데 스스로 대통령임을 의문하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고, 시빗거리를 만들었다. 뒤틀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정책이 순리와 어긋나게 된다. 임기 말 독선적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나 언론에 대한 편집증적 한풀이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남은 기간, 대통령은 자신과 나라를 위해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권력자의 아집과 오만을 털어버리고 시대의 소명과 무거운 책임감을 돌아보아야 한다. 앞으로 4개월이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반전의 기회다. 청와대를 떠나는 최후의 순간까지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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