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들어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늘 그렇지만 책은 막연히 알고 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해 준다. 숫자 등의 통계를 근거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관점의 부면을 넓혀 주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다. 미적대며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직시하게도 해 준다.
우리 나라 사람이면 모두가 선호하는 대학의 세계 경쟁력이 118위라는 이야기, 미 항공우주국(NASA),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등에서 근무하는 인도인 비율이 30% 이상인 데 비해, 한국인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 싱가포르 공립 고등학교 졸업생의 50% 이상이 미국 아이비리그(Ivy -League)로 진학한다는 이야기 등을 담고 있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가 떠올랐다. 고등학생들은 오후 3시 30분이면 교과 수업이 끝나고 대부분 예술·체육 분야 클럽 활동을 했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이 나름의 규칙에 따라 체육 활동에 임하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거기서는 학생의 생일날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고 했다. 특정한 날에 입학하는 것만 보아온 우리는 교과서 진도는 어떻게 맞출까 궁금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서는 교과서라는 게 특별히 없다고 했다. 주로 사회성 훈련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언제 입학하든 상관없이 어울릴 수 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규칙 준수나 사회적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니, 성인 사회도 당연히 모든 면에서 체계와 질서가 잘 지켜지는 모양이었다. 더 나아가, 스포츠마저도 구성원들끼리의 협력을 중시하는 종목이 인기였다.
남자들은 '럭비', 여자들은 '네트볼(netball)'에 열광했다. 텔레비전에서도 월드컵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것보다 럭비 경기 중계의 비중이 크다고 했다. '네트볼'은 농구와 비슷하지만 선수들의 공격, 수비 역할이 정해져 있고, 드리블을 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럭비나 네트볼 모두 잘난 누구만 믿고 할 수 없다. 모든 선수들이 협력해야 이길 수 있는 종목이다. 당연히 과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 나라의 '내신 성적'이란, 친구를 이길 때 빛이 나는 제도다. '수능'도 상대 펑가로 이루어진다. '고시'로 삶의 뒤집기가 가능하다.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강조하는 시대에 '수능 방송'에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니, 급우끼리 공책을 빌려주지 않는다거나, 친구가 정리한 연습지를 의도적으로 훼손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보이는 나라이지만 경쟁력이 부족한 인재를 기를 수밖에 없다.
우리도 '남과의 경쟁'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나와의 경쟁, 남과의 협력'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도 사회적 안정성도 커질 것이다.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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