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영재학교가 지난 24일 2008학년도 신입생 최종 합격자 144명을 발표했다. 대구·경북의 합격생은 모두 6명. 경북에서 유일하게 합격한 이대근(포항 창포중 3년) 군으로부터 공부 방법을 들어봤다. 이 군은 서울·경기지역 합격자가 10명 중 6명을 차지할 정도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컸던 이번 시험에서 지방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이 군은 자신이 소질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서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기른 것이 합격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잘하는 과목, 한 우물만 파라
이 군이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의 꿈을 키우게 된 것은 수학에 흥미와 소질을 보인 초등학교 때부터다. 포항시 수학경시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한 것이 인연이 돼 5학년 때 포항시 교육청 영재원 수학반에 선발된 후 중1 때까지 교육청 영재원에서 계속 공부한 것. 사교육 여건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방에서 영재원 수업은 큰 도움이 됐다. 이 군은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다루는 학교보다 한 문제를 푸는데도 생각을 많이 필요로 하는 영재원의 수업 방식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독창적인 공식을 4, 5개나 만들어낼 정도로 수학에 푹 빠졌다.
중학교 진학 후에는 수학, 물리 올림피아드에 거의 매번 출전했고 새벽 한두 시까지 영재원에서 숙제로 내준 수학 문제를 풀이했다. 좋아하는 물리 과목은 교양서적과 대학 전공서적까지 구해 읽었다.
하지만 다른 과목에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아 부모의 속을 태우기도 했다. 영어 실력 하나만 놓고 봐도 중2 때 딴 토익 725점이 전부. 영어 실력자가 수두룩한 영재학교 합격생 치고는 결코 높지 않은 실력이다. 어머니 원애경(42) 씨는 "솔직히 의대 진학을 원해 다른 과목도 잘하기를 바랐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신 원 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국과학영재학교 졸업생의 부모를 찾아다니며 입학시험에 도움이 되는 책을 부지런히 챙겨줬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라
이 군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강조했다. 중3이 되면서 본격적인 영재학교 시험준비를 위해 5, 6개월가량 학원에 다녔지만 결코 학원 강의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학원에서 1시간 수업을 듣고 나면 집에서 혼자 3~5시간을 더 공부했어요. 학원에서 문제를 푼 노트는 집에서 새로 정리했지요." 영재원 담당 교사도 "3개를 내주면 10개를 해온다."며 이 군의 노력을 추켜세웠다. 이 군이 보여준 수학노트에는 영재원과 학원에 다니면서 다뤘던 수학 문제들의 풀이과정이 깔끔한 글씨로 정리돼 있었다. 문제집 여백에 문제를 푸는 대신 반드시 노트 정리를 하면서 공식과 응용과정을 머릿속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것.
과학 경우 같은 책을 오래 보지 않는 대신 여러 차례 빠르게 통독을 했다. 혼자 공부하면서 빠지기 쉬운 오(誤)개념을 바로잡기 위해 인터넷과 원론서를 찾아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반드시 선생님께 질문했다. 평소 공부 때는 이해가 될 때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영재학교 2차 시험 전날에도 수학 도형 모형을 만들면서 풀이 과정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이런 공부습관은 많은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20분 동안 수학 6개 문제를 풀고 15분 동안 설명해야 하는데 논리가 부족하면 여지없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태클'이 들어오더라고요."
이 군은 "앞으로 물리학자가 돼 입자구조론을 연구하고 싶다."며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 좋아하는 과목에 푹 빠질 수 있었던 환경이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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