所望(소망)
손병현
여름날 아침에
아내는 정성스레 밥을 짓는다.
그녀의 눈물 같은 간절한 소망이
서늘한 손끝마다 머문다.
지난 밤을 잘 견딘
여치가 한 마리
문득 뜰에서 운다.
산다는 것이 약간은 애처롭다.
하늘도 무색하게
아침상에 둘러앉아
우리는 너무나 壯(장)하도다.
이 긴긴 여름날도 다 가면
나의 맺힌 마음도
여러 날 몸살처럼 풀리려니.
세상에서 쌀 씻는 소리처럼 서러운 게 또 있을까. 이른 새벽에 자리에 누워 듣는 아내의 쌀 치대는 소리. 상주가 되어서도 중환자가 되어서도 건너뛸 수 없는 먹는 일의 가혹함이여. 태어나지 않았다면 먹지 않아도 될 일을, 한 끼를 먹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용케 간밤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여치여,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애처로운 일인가. 그러기에 밥상이 있는 모든 아침은 성(聖) 아침이 아닐 수 없다. 연일 숨을 턱턱 막는 폭염의 계절, 밥벌이의 고단함이 어찌 폭염에 못지않으랴. 70년대 초반 경북대학 문리대 학회지에 자주 눈에 띄던 이름, 그 짱짱하던 시재(詩才)는 누가 훔쳐갔는가. 시인에게서 시를 몰아내는 이 시대의 가혹한 밥 벌기여!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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