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정보 가운데 시각 정보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더욱 선명하고 시야각이 넓은 화면으로 콘텐츠를 보면 감동은 커진다. 여기에 선명한 고화질 화면으로 가는 코드가 있다. 1080이라는 숫자다. 1080은 10대에서 80대까지를 아우른다는 뜻이 있지만, 가전 분야에서는 진정한 고화질(HD) 화면을 가능케 하는 코드로 인식된다.
1080이 펼치는 선명한 세상
가전 분야에서 1080은 수평 주사선의 수를 의미한다.
1080이라는 숫자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1997년 국내에서 시작된 디지털 TV 방송의 공식 규격이 바로 1080i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i는 인터레이스(Interlace)의 약자다. 인터레이스는 정해진 주사선을 일차적으로 듬성듬성 주사한 뒤 그 사이에 나머지 주사선을 끼워넣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서비스 중인 HD방송은 1080의 절반인 540개의 주사선을 홀짝으로 번갈아가며 쏘는 방식이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보여주는 HDTV 화면은 100만 화소급에 해당된다. 가정에 디지털 혁명을 일으켰던 DVD 화면(화소수 34만개)보다 3배 정도 선명한 셈이다. HDTV 방송이 시작된 이후 피부 안좋은 연예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어설픈 세트·소품도 용납되지 않는다.
진정한 고화질-풀HDTV
요즘 전자매장에 가면 풀HDTV를 권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풀HD는 Full High Definition, 문자 그대로 진정한 HD라는 의미다. 풀HD는 HD와 어떤 점이 다른가.
풀HDTV가 요구하는 주사선 규격은 1080P다. 여기서 P는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를 뜻한다. 프로그레시브는 정해진 주사선을 매화면마다 동시에 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풀HDTV의 해상도는 200만 화소로 국내 지상파 방송의 HD화면보다 2배 높다. 풀HDTV는 현재까지 상업화된 동영상 디스플레이 규격 가운데 최상의 화질을 자랑한다. TV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작은 점 즉 화소들이 보이는데 풀HDTV의 경우 1.5m 이상 떨어져 시청할 경우 화소를 느끼지 못한다. 그만큼 시야각이 넓고 현장감이 높다.
화질이 좋은 만큼 풀HDTV는 일반 HDTV보다 1.5~2배 정도 비싸다.
차세대 영상 환경은
국내 지상파 방송들이 풀HD를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풀HDTV는 사치일까.
더욱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MMS(멀티모드서비스)라는 이름의 다채널 디지털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MMS는 한정된 주파수 대역에서 여러 채널의 디지털 방송을 송출하는 방식이어서 화질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오디오비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풀HD가 진가를 발휘하려면 블루레이 또는 HD-DVD 등 차세대 DVD를 만나야 한다. 블루레이와 HD-DVD는 1080P 즉 풀HD 규격을 지원한다. 또한 현재 비디오 게임기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엑스박스360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도 1080P 규격을 지원한다. 두 비디오 기기가 단순한 게임기를 넘어서 가정용 멀티미디어 기기로 대접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에 디지털방송 전환이 마무리된다. 그때까지는 아날로그 방송이 공존할 것이다.
1080P가 정착되기 전인데도 HD를 넘어서는 초고선명(UD·Ultra definition) TV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관심사다. 일본 NHK가 개발 중인 슈퍼하이비전의 경우 가로 세로 해상도가 무려 7,680×4,320이나 된다. 3천300만 화소급이고 주사선 수도 4천 개에 이른다. 이 정도 수준이면 화면과 실제를 분간하기 어려울 것이다. 궁극의 TV를 볼 날도 멀지 않았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 키워드 - HDTV 이것이 궁금하다
◆인터레이스 vs 프로그레시브
TV의 경우 수평 주사선이 지나가면서 화면을 만들어낸다. 주사선 수가 많을수록 화면이 선명해진다.
초창기 TV의 전송 기술과 브라운관 성능이 높지 않아 주사선을 절반씩 번갈아가며 쏘는 기술이 활용됐다. 주사선을 홀짝 라인으로 나눠 절반씩 뿌려내는 것이다. 이것을 '건너뛴다'는 의미의 인터레이스(Interlace)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비월주사 방식이라고 한다.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는 정해진 주사선을 한꺼번에 다 쏘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인터레이스 규격보다 전파 대역도 넓어야 하고 TV수상기의 성능도 높아야 한다.
화질과 정보량도 단연 프로그레시브 방식이 뛰어나다. 같은 주사선 규격일 경우 프로그레시브는 인터레이스보다 정보량이 2배 많다. 인터레이스 방식의 경우 화면이 아른거리는 현상이 있지만 프로그레시브엔 이런 단점이 없다. 프로그레시브는 우리말로 순차주사 방식으로 번역된다.
◆MMS
지난해 월드컵 당시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MMS 시범 서비스를 했다. MMS는 흔히 휴대전화의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를 의미하지만, 방송가에서는 '멀티모드 서비스'(Multi Mode Service)의 약자로 통용된다.
MMS란 1개의 디지털 방송 채널에 복수의 채널을 끼워넣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지상파 TV 1개 채널에 할당된 6MHz 범위의 주파수 대역을 쪼개 1개의 HD(고화질급) 채널과 1개 이상의 SD(표준 화질급) 채널, 오디오·데이터 채널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예컨대 KBS1TV가 MMS를 하게 되면 KBS1-1, KBS1-2, KBS1-2 등으로 채널이 늘어난다.
방송사들은 영상 압축기술이 발달함으로써 MMS가 가능해졌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MMS의 특성상 HD화질의 열화가 불가피한데도 방송사들이 밥그릇 욕심 때문에 MMS 도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오디오비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LCD vs PDP
현재까지 대형평판TV의 양대산맥은 LCD와 PDP이다.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LCD는 선명한 화질이 장점이다. LCD모니터와 같이 칼같이 선명하고 밝은 화면을 보여준다. PDP는 자연스러운 색상이 장점이다. 움직임이 적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데는 LCD가, 화면 전환이 빠르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데는 PDP가 낫다는 의견이 많다.
소비전력은 같은 인치 대일 경우 PDP가 30% 정도 높은 것으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실제 사용해 보면 양자 간의 소비 전력 차이는 별로 없다는 게 사용담이다. PDP는 어두운 화면에서는 전력을 적게 쓰지만, LCD의 경우 화면이 밝거나 어둡거나 관계없이 일정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LCD나 PDP 둘 다 단점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색 재현력과 전기소모 등에서 LCD와 PDP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방식의 평판TV들이 개발되고 있다. OLED와 FED, SED 등이 그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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