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지난 3월 7일 오전 1시 43분쯤 시장 1층 한 반찬가게에서 시작된 불이 시장 전체를 집어삼킨 지 만 6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매캐한 냄새와 시커먼 그을음이 그때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건물의 그을린 기둥마다 '접근금지' 테이프가 둘러쳐져 있고, 햇볕이 드는 자리에는 상인들이 고추를 말리거나 잡동사니를 쌓아뒀다.
과일장사를 하는 안덕이(78) 할머니는 "상인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단골은 물론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며 "갈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장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문만 열어뒀지 '개점폐업'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불에 탄 LP가스선과 천장을 받치고 있는 철근지지대가 위태롭게 서있다. 건물 외벽에는 노란색으로 된 '재해위험시설 지정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한복점을 하던 이길선(62·여) 씨는 "이제는 그 누구도 못 믿겠다."며 "국회의원도 다녀갔는데 아무런 도움이 못 되고 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10년 동안 지켜왔던 이곳에 지금도 매일 나온다는 이 씨는 1억 원 가까운 재산 피해와 그간의 정신적 고통도 참기 힘든데다 친척집에 빌붙어 사는 것도 더 이상은 못할 짓이라며 하소연했다. 이 씨는 "평생 이룬 것을 한순간에 잃었고, 지원금 한 푼 받지 못했는데 당시 찾아가지 않아 불에 타버린 한복을 물어달라는 사람까지 있어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시장 상인들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한숨짓고 있지만 피해 복구나 지원은 더디기만 하다. 자체 추산한 피해금액은 15억여 원. 그러나 피해 상인 및 주민 65가구 중 24가구만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긴급구호금 50만 원씩 받았을 뿐 한 푼의 지원도 받지 못한 가구가 더 많았다. 동구청이 지난 3월 행정자치부에 지원 건의한 '화재 긴급복구를 위한 특별교부세'도 지원 대상이 아니라며 불가통보를 받았다.
이에 동구청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보수공사에 들어가 오는 11월에는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30일까지 시설 보수 및 보강을 위한 시설업체 선정에 들어가는 한편 ▷전기·소방 공동시설 마련 ▷건물 내·외벽 도색 ▷바닥 포장 등을 맡을 업체도 입찰을 통해 선정한다는 계획.
동구청 한 관계자는 "대구시 긴급복구비 1억 5천만 원, 구비 5천만 원에다 국·구비, 민자 등을 통해 '재래시장구조개선공동사업비' 명목으로 3억 원도 최근 확보했다."며 "늦어도 다음달부터는 보강공사를 시작, 10월까지 끝내고 11월부터는 정상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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