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사건에 유력인사들이 그 뒤를 봐줬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고 검찰도 급기야 수사에 들어갔다.
마치 한편의 한국 문화예술계에 '진짜'와 '가짜'들의 대립구도로 '학력파문' 드라마가 공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도 천차만별이다. 언론에 보도된 당사자들의 유형을 보면 '아차 실수형', '묵인형', '학력 콤플렉스형', '침묵일관형', '돌진용감형' 등 다양하다.
범법행위를 저지른 자는 마땅히 죗값을 치러야 한다. 특히 다수가 주목하는 공인이나 명망가, 유명 연예인들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학력위조 파문으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이도 생기고 있다. "혹시 너도 가짜 아니냐."는 不信(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가수 타블로는 자신의 학력이 사실임에도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당하기도 했다.
"대학간판으로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대학 출신이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 "고교학력이라고 솔직히 말해도 사회가 받아주질 않습니다." "학력을 팔아서 프리미엄을 얻은 적이 없습니다."
학력위조를 했거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 전문인으로 연예, 문화, 예술계에서 一家(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상당한 팬을 확보하고 있고, 성공도 했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당사자들의 노력과 대중들이 '영합'했기에 가능했다.
팬들은 이들의 학력 때문에 좋아하고, 울고, 웃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문화계 인사나 연예인들이 어느 정도 뜨면 팬들은 이들의 사생활까지 관심을 갖게 된다. 이때부터 "그 사람 어느 대학에 나왔데?"라는 말로 학력이 화젯거리가 될 수 있는 관심사항으로 바뀐다. 하지만 이들을 평가하는 절대기준은 아니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학력에 박수를 친 게 아니라 재능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오래전 일로 기억된다. 한때 아역배우로 잘나가던 제자 하나가 뒤늦게 대학진학을 고려 중이라면서 상담을 해왔다. 배우로 인정받았는데 다른 학력이 왜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고졸 학력으로는 더 크기가 힘들 것 같아 대학진학을 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이미 인정받는 배우가 됐으니 잘 생각해보라며 한참을 설득했다. 그는 고교 학력을 갖고도 지금까지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어느 때부턴가 대학 명찰을 붙이면 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학력만능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배움의 깊이가 크다 해서 나쁠 게 없다. 또 학력의 길고 짧음이 지식과 개인 역량을 재는 잣대가 될 수도 없는 일이다.
문화예술계에는 학력이 높고 낮음이 부럽지 않은 巨匠(거장)들이 많다. 한쪽에서는 개인의 능력을 떠나 학력의 기준으로만 이들을 主流(주류)와 非主流(비주류)라는 잣대로 선을 그어놓기도 한다. 학력이라는 기준으로만 능력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겉으로 박수치고 환호하면서 속으로는 많이 배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계산하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 우울한 일이다.
문화예술계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면서 개인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이 중에는 석·박사 학위를 가진 분들도 많고, 학위 없이도 연구논문에 연일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이 시대의 匠人(장인)들도 많다.
연예산업과 연기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학력파문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또 연예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졸업장 하나로만 평가될 수도 없는 일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학력파문이 일부에 해당하는 경우이기도 하지만 대상자들이 유명세를 타는 사람들이어서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범법 행위를 저지른 위조범과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식별능력이 없어서 오류를 범한 경우에는 그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경우다. 그런 대상들이 무차별 비난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솔직하게 말하고 밝힌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마련돼야 한다.
피상적인 학벌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성숙한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학력을 위조하고 속이는 한편의 드라마는 終映(종영) 될 수 있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