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구시·경북도당 위원장 자리를 두고 지역 의원들 간 신경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구시·경북도당 위원장 임기가 다음 달 19일로 끝나면서 올 대선에서 지역 선대위원장을 겸하는 차기 시·도당 위원장은 과거 어느 시·도당 위원장보다 대선 역할, 내년 총선 공천 등에서 그 위상과 입지가 남달라서다.
28일 경북지역 의원들의 서울 오찬 모임에서는 의원들의 이러한 신경전이 여실히 드러났다.
포항이 지역구로 지난 경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이병석 의원은 "차기 도당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선거조직이다. 이 후보의 의중이 반영돼야 한다."며 위원장 도전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경북 당원들로부터 '평소 당과 경북을 위해 소홀했지 않으냐.'는 지적을 듣고 있기도 하다.
이날 모임에서 김광원 위원장은 "아직은 내가 위원장"이라며 언짢은 듯한 표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당 대선후보 경선 때 실질적으로 경북의 이명박 후보 캠프 경선을 총지휘했지만 당원들로부터 '리서십 부재'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이인기(성주·칠곡·고령) 의원은 오찬 뒤 위원장 도전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 후보의 의중이 존중돼야 하지만 당원들은 화합을 위해서라도 경북에서 지지를 더 받은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위원장을 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경선 때 박 전 대표의 경북 캠프 총책임자를 맡아 이 후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시당 위원장의 경우 박 전 대표 측의 박종근 위원장이 유임을 바라는 가운데 이 후보의 대구 경선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안택수 의원의 거취가 변수다. 박 위원장은 "합의추대라면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안 의원은 "이 후보와 당에서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29일 두 의원이 별도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가 조율이 될지 관심이다.
지역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경선 캠프 간 공과를 따져 차기 시·도당 위원장을 정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한나라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을 무난히 이끌고, 지역 당원들로부터 신망을 받는 인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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