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가락 부상 대수롭잖다고? 운동장애 부를수도

손은 인체의 다른 부위와 달리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작은 손상에도 혈관, 신경, 인대 등이 손상돼 운동장애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손은 인체의 다른 부위와 달리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작은 손상에도 혈관, 신경, 인대 등이 손상돼 운동장애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여섯 살 민수(가명)는 손가락을 칼에 베어 병원 응급실에서 피부 봉합수술을 받았다. 한 달이 지나 아이가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부모는 놀라 다른 병원을 찾았다. 손가락을 굽히는 인대가 파열된(찢어진) 것을 모르고 피부만 꿰맨 것이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파열된 인대를 직접 봉합하기는 불가능해 인공인대 이식술을 한 뒤 자기 인대를 이식하는 복잡한 수술을 받았다. 물론 다치고 바로 인대를 봉합했을 때보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각도는 덜 만족스러웠다.

손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수부외과 전문의들은 손 구조의 특성을 강조한다. 인체의 중요 장기는 뼈에 의해 둘러싸여 보호를 받고 있다. 반면 손과 손가락은 뼈가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다.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손가락과 손을 움직이게 하는 힘줄(인대) 등이 피부 바로 밑에 있다. 따라서 손가락은 신체 중에서 가장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갖게 되고, 손가락 하나가 독립된 구조물로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단순한 상처에도 혈관, 신경, 인대 등 중요 조직들이 손상을 입게 된다.

◆신경

눈을 감고도 물건의 질감이나 온도를 느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 손가락 끝 부분을 '제3의 눈' 이라고 한다. 이는 손가락 끝에 미세한 신경들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신경이 눈에 보일까?'라고 묻지만 신경은 해부학적 구조물로 그 위치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손을 다친 뒤 감각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신경 손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바닥이나 손목의 신경이 손상되면 감각뿐만 아니라 운동 장애까지 초래한다. 그래서 신경 손상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현미경을 통해 신경 가닥을 정밀하게 봉합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혈관은 봉합을 하면 바로 회복되나 신경은 그렇지 못하다. 신경은 끊긴 부위를 연결하면 감각이 금방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끊긴 부위로부터 성인의 경우 한 달에 7~10㎜ 정도 천천히 손끝 쪽으로 감각 회복이 진행된다. 즉 회복 때까지 10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인대(힘줄)

손가락을 굽히는 굴곡 힘줄은 줄다리기할 때 쓰는 밧줄을 축소해 놓은 것과 같은 모양이다. 이 구조물은 힘줄 막 안에서 고무줄처럼 움직이면서 손등 쪽의 펴는 힘줄과 적당한 길이 균형을 맞춰 필요할 때마다 서로 반대운동을 한다. 즉 손가락을 굽힐 때는 굴곡 힘줄이 당기면서 펴는 힘줄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외상이 생기면 이런 탄력이 없어지면서 끈과 같이 변하게 된다. 뼈는 골절 뒤 깁스를 이용해 고정만 잘하면 붙는다(골유합). 하지만 힘줄의 경우 봉합 뒤 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하고, 또 재파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약 6, 7주 정도 부목을 해야 한다. 힘줄 손상 뒤에는 특별한 재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사소한 힘줄 손상에도 손가락 운동에 장애가 남기 때문에 처음 손상 때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힘줄 이식이나 전이술 등 복잡한 수술이 필요하다. 이런 수술은 단순한 일차 봉합과 비교하면 그 결과도 좋지 않다.

◆혈관

혈관은 손가락에 영양을 공급하고 체온 조절을 한다. 손가락이 절단됐을 경우 혈관은 손가락의 생존을 좌우하는 구조물이다. 따라서 손가락 봉합 수술은 부상 뒤 8~12시간 이내에 받는 것이 좋다. 혈관은 손가락 끝으로 가면서 그 지름이 1㎜ 미만으로 가늘어져 손가락이 절단됐을 경우에는 미세 현미경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가는 실로 혈관 벽을 봉합해야 손가락을 살릴 수 있다. 최근에는 미세현미경 수술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손가락 끝부분, 즉 손톱 주위에서 절단이 있어도 접합 수술의 성공률이 높다. 이런 동맥들이 손목 쪽으로 가게 되면 그 굵기가 5㎜ 이상 굵어져 손상을 입게 되면 대량 출혈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출혈이 있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손상받은 부위를 물에 적신 거즈나 수건으로 싼 뒤에 출혈을 멈출 수 있는 적당한 힘으로 감아주고, 심장보다 더 높이 올려주는 것이 좋다.

◆뼈

손가락이나 손, 손목에 있는 뼈는 다른 뼈와 달리 힘줄과 관절들로 연결돼 있다. 뼈가 작고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 골절이 있을 때 정확하게 맞춰 고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골절 뒤 뼈가 잘못 붙게 되면 손가락이나 손의 모양이 달라지고 힘줄의 기능 장애까지 나타난다. 골절 발생 시에는 정확하게 골절 부분을 맞추고, 튼튼히 고정해 일찍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운동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우상현 강남병원 수부외과센터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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