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 몇 분과 자리를 같이했다. 그간의 안부와 함께 요즘 세상이야기로 금방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평생 시장에서 장사로 모은 전 재산 10억원을 대학에 기부한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큰 관심을 끌었다.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37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적십자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지금, 이같은 훈훈한 이웃사랑 소식을 접할 때면 예전보다 더 진한 감동을 느낀다. 아마도 적십자에서 열심히 이웃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많은 분을 접하고, 관심과 애정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생각하건데 이 할머니는 지난 세월동안 어려움 속에서 몸에 밴 검소함 때문에 큰 돈 한번 자신을 위해 쓰지 못했을 텐데, 이러한 귀중한 돈을 선뜻 내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느 대기업에서 낸 고액보다 더 훌륭하게 각인되는 것은 그 사람의 지나온 수많은 땀방울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이러한 분에 대한 감동과 존경심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덜 한 것 같다. 언젠가부터 사람의 가치가 돈에 귀속되어 올바른 가치가 자꾸만 퇴색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그동안 IMF를 거치면서 아주 힘든 시기를 견뎌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만 있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어느 틈엔가 우리사회와 개개인의 의식에 조심씩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과연 돈 만으로 자신의 행복과 밝은 미래를 이룩할 수 있을까? 확신하건데 잘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돈 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과 같은 나라는 다인종이 모여 개인의 이윤과 행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자본주의 나라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있겠지만, 그러면서 미국이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유지되는 것은 아마도 거대한 시스템의 나라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적인 요소를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와 기부문화다. 또 이들에 대한 존경심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사회구조와 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생성되거나 변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 습관, 제도가 만들어낸 문화다. 우리는 이러한 좋은 점을 우리 것으로 만들고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변해야지만 다른 사람도 변할 수 있다.
마음의 울림으로 세상을 보자. 진정으로 사회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하여 존경과 찬사를 보내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와 따뜻한 마음으로 묵묵히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래서 사회적으로 그들이 존경받을 수 있다면 우리사회는 보다 행복해지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적십자 일을 하면서 묵묵히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많은 자원봉사자와 그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소액을 기부하는 분들을 보았다. 특히 팔순이 넘은 한 할머니께서 찾아와 평생 날품으로 모은 재산 4천만원을 안구질환이 있는 지역노인의 치료를 위해 써 달라며 내 놓고는 한사코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며 접대 음료수 한잔으로도 감사해 하는 분을 봤을 때, 나뿐만 아니라 자리를 같이 했던 전 직원들이 코끝이 찡해오는 감동을 받았다. 이러한 따뜻함과 감동적인 활동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 속 깊이 사랑의 감동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없다면 아름다운 실천을 하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격려와 박수를 보내자. 한사람의 박수는 단순한 소리에 불과하지만 모두의 박수는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의 힘이며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사랑의 울림을 더 크게 만드는 협주곡이 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묵묵히 일하는 자원봉사자에게 따뜻한 사랑과 격려를 줄 수 있도록 실천해 보자.
안윤식 경북적십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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