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내버스 막차 이젠 시간 맞춰 오려나

대구시 위반업체 과징금·페널티…기사들 "택시비 지급해야" 반발

26일 오후 10시 40분쯤 효목도서관 앞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린 A씨(24·여)는 결국 집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20분이나 기다린 버스가 오지 않는데다 택시비도 없었기 때문. 최근 몇 주 동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느라 이 도서관에서 매일 오후 10시 30분까지 열람실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공부했다는 A씨는 "마지막 버스 시간이 11시까지로 알고 있는데 주말 등에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시내버스가 적잖아 골탕을 먹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막차를 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집중이 잘 안 돼 도서관에서 나오는 시간을 당기기로 했다."고 했다.

대구시가 마지막 버스 회차 시간을 어긴 시내버스 업체에 과징금을 물리는 등 '시내버스 막차 시간 맞추기' 대책을 마련해 A씨처럼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대구시가 BMS(버스운행관리시스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첫 사업으로, 앞으로 평일은 물론 주말 및 공휴일에도 안심하고 버스 막차를 제시간에 탈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19일 대구 시내버스 102개 노선의 막차 운행 준수 여부 현황을 BMS에서 확인한 결과, 절반이 넘는 57개 노선(55.8%)이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39분까지 회차지에 일찍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구시는 BMS를 통해 버스회사, 노선, 차량번호, 정류소명, 계획시간 및 실제운행시간이 적힌 '주요지점 조착 차량 조회' 자료를 매일 해당 구청 교통과에 통보하고, 운행시간을 어긴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경우엔 대당 과징금 20만 원을 부과하고 친절서비스 점수도 반영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내버스는 첫차와 막차의 중요성이 큰데다 이 시간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시민 불편은 물론 돈과 시간을 모두 낭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페널티 강도를 높였다."며 "준공영제 시행으로 막차 수요가 늘고 있지만 운행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데 따른 불편 신고가 끊이지 않아 버스를 믿고 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제도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잖다. 일부 버스기사의 경우 막차 시간을 제대로 지킬 경우 퇴근한 뒤 집으로 돌아갈 교통수단이 마땅찮은데다 업체에 부과한 과징금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반발이 거센 것. 한 시내버스 기사(43)는 "막차 시간을 맞추면 지하철이 끊겨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며 "막차 시간 준수를 위해선 기사들의 교통 비용을 대구시나 업체에서 별도 지원해주거나 집이 종점과 가까운 기사에게 막차 운행을 맡기는 등 불편 사항을 고려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막차 운행 기사의 경우에는 하루 8시간 근무에 1시간 초과 근무수당이 붙는데 이 초과수당에 교통비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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