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면담은 예상대로 미묘한 신경전 속에 진행됐다.
이날 대선후보 당선 인사차 동교동을 방문한 이 후보는 작심을 한 듯 김 전 대통령의 정치개입 문제를 거론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각하께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신 만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DJ는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해서 하겠다."고 받아넘겼다. 이 후보의 범여권 지원중단 요청을 면전에서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DJ는 이 후보가 "한나라당도 도와달라."고 하자 "한나라당이 너무 세서 도와줄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고 이 후보는 "그렇지 않다."고 맞받았다.
이어 DJ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높다고 신문에 났던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아직 여권의 후보가 결정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라며 "이번에는 여야 간 모범적인 정치가 돼서 정책대결을 하는 대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 후보가 "이번 선거가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바라자 DJ는 "이미 호남은 영남사람인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다."라고 했고 이에 이 후보는 "그건 김대중 전 대통령 때문에 그러신 것이 아니냐."고 받아넘겼다.
또한 이 후보가 "남북통일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일이 결국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의 키"라고 하자 DJ는 "독일도 지금까지 문제가 있지 않느냐."며 "통일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훈수를 뒀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연희동 자택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도 만났다. 두 사람은 한나라당 경선결과와 관련된 덕담을 주고받은 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를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전 전 대통령은 "(탈레반측이) 인질을 안 내놓으면 내가 대신 인질이 될 생각도 해봤다. 난 특수훈련도 받고 해서 아프간에서 생활하는게 나을 것"이라 말했다. 이에 이 후보가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전 전 대통령은 "내가 (대신 잡혀가겠다는) 얘기를 했더니 비서들이 돈 줄 알더라."며 웃어넘겼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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