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공예품대전 대상작 '모작(模作)' 시비

美 교포 "내 작품과 너무 같다"…경북도 다시 심사위 열기로

▲ 경북공예품대전 대상작(위)과 미국 캘리포니아 지해나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작품.
▲ 경북공예품대전 대상작(위)과 미국 캘리포니아 지해나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작품.

제37회 경북공예품대전 대상작 '안동포를 이용한 조각보 시계(섬유분야)'가 모작(模作) 논란에 휩싸였다.

출품작 71점 중 대상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안동삼베에 쪽·소목·양파·신나무 등으로 천연 염색을 해 조각잇기를 한 것으로 전통문양과 매듭을 이용해 작품의 품격을 높였으며, 조각보 벽걸이에 시계라는 기능성을 부여해 작품의 상품화 유도 및 고급화를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지해나(여) 씨는 이 작품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작품과 너무 같다며 '모작'이라고 본지에 주장해 왔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한 인사도 경북도청에 전화를 걸어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 있는 작품과 대상작이 비슷하다고 제보했다.

지 씨는 한국의 규방공예에 관심이 많아 취미로 작품을 만들어 블로그에 올려왔으며, 이 작품은 동그란 자수 열쇠패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으나 동양자수는 놓을 줄 몰라 대신 조각을 이어 사방에 붙였으며 그 색은 한국의 오방색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시간 표시는 복을 불러다 주는 박쥐매듭으로 했는데 '8'자를 닮은 바람에 아들이 "시계에 8시밖에 없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상작 작가 김모(50·여) 씨는 "규방공예를 하는 사람에게 박쥐매듭은 상식에 속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자기만의 작품이라고 하면 곤란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섬유공예로 시계를 만들고 싶었고, 조각보로 벽걸이를 해서 기능성을 부과하려고 시도했는데 모작이라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몇년전부터 이 작품을 구상해왔다. 그 블로그는 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분야 심사를 맡았던 계명대 설희야 교수는 "대상작과 지 씨 블로그를 확인한 결과, 십자는 같은데 십자내 면 분할이 같은지는 실물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박쥐문양 매듭이나 십자 등은 한국 전통 문양으로, 지 씨의 독창적인 작품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공예의 경우 기존 작품의 디자인을 30%만 변형해도 독창적인 작품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대상작은 1개를 제외한 나머지 7개가 지 씨 것과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이미지가 비슷하기 때문에 전체 심사위원회를 열어서 논의를 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작 논란이 일자 경북도는 심사위원들에게 지 씨 작품을 정밀 분석하게 한 뒤 다시 심사위를 열어 대상작의 유효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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