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부자의 조건

소설과 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조선의 부자 임상옥의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소설을 쓴 작가는 이렇게 풀이했다. '평평하여 물 같은 재물을 독점하려는 어리석은 사람은 그 때문에 비극을 맞고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한 재산가는 언젠가는 재물에 의해서 파멸을 맞는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먼저 정직하라는 말이다.

탐욕을 버리라는 점에서는 부자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도 비슷하다. 만석 이상 재물을 모으지 말라거나 흉년에는 논밭을 사지 말라는 말은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는 말이다. 그 대신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무명옷을 입히게 하고 백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게하라며 근검절약과 사회적 책무를 가르친다. 욕심은 화를 부르고 근검절약하지 않고서는 부를 이어갈 수 없다는 교훈이다.

이런 정신이 있었기에 수백 년 만석군이 가능했고 도적떼도 비켜갔다. 조선의 부자 중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가 적잖다. 김천고보의 설립자 최송설당은 살던 집까지 내놓았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숨길수 없는 욕망이지만 부자에 대한 사회적 감정은 좋은 편이 아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반발 때문일 수도 있지만 깨끗하지 못한 부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각종 조사결과를 보면 부자들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정직이 손꼽힌다. 재산에 대해서는 물론 자신의 일과 감정에 정직하지 않고서는 부를 이룰 수 없다고 믿는다. 부자들은 한결같이 '정직은 신용이 되고 신용은 돈이 된다'는 철칙을 강조한다.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명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 연봉 1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가 연봉 2만 5천달러 이하의 저소득자에 비해 곱절이상 사과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는 물론 아무 잘못이 없을때도 먼저 사과하겠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조사기관은 고소득자일수록 자신감이 강해 먼저 사과하는게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법을 먼저 배우라고 훈수했다. 답은 항상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일이다.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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