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문화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경주세계문화 엑스포2007'이 9월 7일부터 10월 26일까지 50일간 열린다. 5회 째를 맞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천년의 빛, 천년의 땅'을 주제로 공원 안에 '신라 왕경 숲'을 조성하고, 상징건축물인 '경주타워', '엑스포문화센터' 등을 건설해 내용과 시설 면에서 예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엑스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하드웨어. 지금까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종합문화테마공원의 면모를 완벽하게 갖춘 박람회라고 볼 수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은 '환골탈태' 라고 해도 좋을 변화가 있었던 만큼 숨은 일꾼들도 많다. '경주세계문화 엑스포2007'를 만들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 오수동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오수동 총장은 "과거의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잊어달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내용, 국제수준의 문화축제를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총장은 서울대 건축과와 행정고시출신으로 문광부와 국정홍보처를 거쳐 미국 대사관 홍보공사로 14년을 근무했다. 그런 만큼 그의 업무 스타일은 '국제수준' '국제규격'이다. 간단한 서류 한 장 꾸미는 일에서부터 행사전반에 이르기까지 국제규격, 국제수준이 아니면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식으로 작성한 '영어공문'에 펜으로 줄줄 좍좍 긋고 국제규격과 표현에 맞는 용어와 방식으로 바꿔버린다.
그만큼 까다로운 그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을 두고 "세계 어디에서도 구경할 수 없는 종합적이고 수준 높은 문화축제"라고 확언했다. 엑스포 개막을 며칠 앞두고 그는 "염천에서 고생해주신 전 직원과 공사업체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했다. "무더위 속에 문화엑스포를 준비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7일에 개막(이는 2003년 행사보다 24일 늦은 것이다.)하는 데다 공원 곳곳에 숲과 연못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지난 대회들처럼 무더위로 고생하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 황병직 공원조성 부장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7'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엑스포 공원 그 자체다. 이전의 가건물 같은 시설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국제규모의 건물들과 신라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숲과 건축물이 공원 곳곳에 등장했다. 주차장을 포함해 주요 시설물 18개 중 9개가 새로 만들어지거나 보수됐다. 이외에 공원 곳곳이 정비돼 예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 이 작업을 맡았던 황병직 공원조성부장은 '짠돌이' '원칙주의자'로 유명하다. '시어머니'처럼 시시콜콜 간섭해 시공사측이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는 엑스포 개막직전인 8월 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엑스포 행사기간에 입을 수 있도록 전 직원이 '엑스포 양복'을 맞췄지만 그는 '치수를 재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엑스포 때는 나는 여기 없을 사람인데 양복을 만들어서 뭐 하려고…. 한푼이라도 아껴야지."
'그래도 그렇게 땀흘려 일해왔는데 기념으로라도 한 벌 있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끝내 '엑스포양복'을 거절했다. 건축직 공무원으로 출발, 구미시청사, 구미 문화예술회관, 공단복지회관 공사를 담당했다. 이후 경북 안동 북부종합청사의 공사를 맡았다. 환골탈태한 '경주엑스포공원'은 그가 33년 공직생활에서 마지막으로 담당했던 작업이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조성부에는 황병직 부장을 포함해 11명의 직원이 있다. 황 부장은 "수년간 공원조성을 위해 함께 땀흘린 부원들과 시공사, 감리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 행사부-전시'공연'영상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전시'공연'영상 등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특별히 정해놓은 공연장이나 전시장뿐만 아니라 공원 내 어느 동선에서나 펼쳐지는 길거리 공연 역시 이들이 만들어낸다.
정만복 부장을 비롯해 이남기 공연 팀장, 금철수 전시'영상팀장, 김리나 전시담당 등 16명이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소프트웨어를 책임지고 있다. 외국 공연팀의 연습과 공연 역시 이들 행사부에서 관리한다. 2004년부터 영상'공연 등 행사를 준비했고, 2007년 2월부터 한자리에 모여 합동 준비를 하고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에는 '경총회'라는 이름도 요상한 단체가 있다. 행사부 직원들 중에 유달리 '경총회' 회원이 많다. '경주에 사는 총각들 모임'이라는 뜻에서 이름지어진 단체다. 이들은 대부분 유부남이지만 스스로 '경주사는 총각' 이라고 부른다. 아내와 자녀들은 인근 도시에 따로 살고 이들만 엑스포 준비를 위해 경주에 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집에 가지 못하니 '총각'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우긴다. 전시담당자인 김리나씨는 여성이지만 역시 경주에 따로 살고 있다는 이유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경총회'회원으로 간주된다.
"연습, 연습 외에는 대책이 없다. 끊임없이 외부 모니터링을 거치고, 수정하고 연습한다. 2년 이상 준비해왔다.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의 운명이 이들 행사부원들 손에 달려 있었다. 이들이 경총회 회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 홍보부 12명의 전사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명실공히 국내 최고 문화행사로 자리잡은 데는 홍보부원들이 노력을 간과할 수 없다. 이들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전시'공연'기획은 물론이고 공원내 시설과 행정까지 손금 보듯 꿰고 있었다. 전국 150여 개 언론사, 수 백 명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홍보, 광고, 취재지원을 책임진다. 홍보물 제작과 조형물 제작 설치까지 이들의 몫이다. 일반 시민들도 전화를 내 궁금점을 묻곤 한다.
사실 기자들 까다롭다. 밤낮 없이 성가시게 묻고, 자료를 요청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 마음에 들면 그만이고, 마음에 안 들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귀찮게 한다. 이런 사람들 수백 명을 상대하려면 성격도 좋아하고 체력도 좋아하고, 영리해야 한다. 홍보에는 예측 불가능한 업무가 많고, 저마다 생각과 요구가 다른 기자와 광고 담당자를 상대하는 일인만큼 삐걱댈 일도 많다.
이들에게는 낮과 밤이 따로 없고 출퇴근 시간도 별 의미가 없다. 취재팀이 방문했을 때도 수많은 협조전화를 처리하느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홍보부는 북새통이었다. 도남탁 홍보부장은 기자들 사이에서 사람 좋고 일 잘하기로 평판이 높다. 특별히 마음씨가 좋다는 게 아니라 기자들 개개인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게 업무를 처리한다는 말이다. 홍보부에는 12명이 근무한다.
◇ 91인의 도우미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운영요원이자 관람객들이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은 엑스포 도우미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한창 교육 중이었다.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국제매너, 이미지 메이킹, 불만고객 대응, 인사법, 대화기법, 전시'영상관 위치, 공연내용과 일정' 등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익히는 중이었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는 교육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고, 이들은 역할을 분담해, 한쪽은 관람객, 한쪽은 엑스포 도우미가 돼 '시뮬레이션'이 한창이었다. 고운 목소리로 설명하는 상대 도우미 앞에 관람객 역할을 맡은 도우미가 '그거 벌써 봤거든요.' '공연이 왜 이렇게 늦어요.' '백결 공연장은 어디에 있어요' 라고 따지듯 묻는다. 도우미 역할자는 공손하고 분명한 말투로 설명하고, 관람객이 그래도 불만을 터뜨리자 '대안 공연'을 소개한다. 모범이 될만한 도우미를 자체 거수투표로 뽑고 그 도우미의 태도와 말투, 설명하는 내용을 영상을 통해 보고 들으며 자신의 태도를 고치기도 했다.
모두 91명으로, 대학 졸업자, 졸업반, 휴학생들로 대부분 22세에서 26세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5일간 '도우미교육'을 받고 행사가 열리는 50일간 근무하고 해산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