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책] 형제/위화

소설 '형제'는 사람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광두와 송강은 제 각각 상처하고 결혼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자식으로 만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이지만 피보다 진한 형제애를 나눈다.

사람들은 어떻게 변해 가는가.

십 대 시절 대여섯 살 나이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광두를 괴롭히던 중학생 손, 조, 류는 독자가 통쾌함을 넘어 웃지 않을 수 없도록 우스꽝스러운 삶을 산다. 문화혁명의 광풍이 불던 시절 만날 때마다 이광두와 송강을 두들겨 패던 중학생 손과 그의 아버지는 이광두와 송강 형제의 아버지 송범평이 비참하게 죽던 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죽임 당한다.

문화혁명과 관련한 부분은 위화의 다른 작품에도 곧잘 등장하는 데, 작품에서 문화혁명 그 자체는 언제나 중심이 아니라 변방이다. 문화혁명은 마치 '일상의 침대' 속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못'처럼 고통스럽다. 못은 침대시트 아래 숨어 늘 거기서 자고 일어나는 사람을 괴롭힌다. 위화의 작품을 읽다보면 중국의 문화혁명이 얼마나 많은 소시민의 일상을 파괴해버렸는지 진저리나게 느낄 수 있다. 작가 위화는 운동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마땅히 내일로 이어져야 했을 일상의 파괴를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문화혁명의 폭력성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문화혁명 시기를 지나 조와 류는 시인과 소설가로 폼을 잡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토록 멸시하던 이광두의 부하직원이 되거나, 직원이 되고 싶어 안달하며 살아간다. 이광두의 주먹이 두려워 피해 다니는, 이광두의 부름을 받고 싶어 안달하는, 이광두에게 아첨하기 위해 그들이 짜내는 전략과 행동은 웃음을 넘어 눈물겹다.

사람살이의 불예측성은 이들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어제까지 모택동 주석의 배지를 달고, 계급을 타파하고, 성분이 나쁜 사람들을 척결하던 사람이 다음 날 아침이면 타파 대상이 돼 두들겨 맞거나 죽어간다. 어제까지 가난하던 아이스케키 장수는 한 순간의 판단으로 부자가 된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시 '류진'의 최고 미인 임홍. 그녀는 청초하고 조신하기 이를 데 없는 여자다. 그녀는 구애하는 이광두를 경멸하고, 그의 형제 송강을 사랑한다. 이광두의 협박 속에서도 사랑을 지켜낸 임홍과 송강은 결혼하고 이십 년 넘는 결혼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임홍은 이광두에게 강간당하다시피 하고, 이를 계기로 이광두와 좋은 세월을 보낸다. 남편 송강이 자살하고 난 후 이 착하고 얌전했던 임홍은 미장원을 열고, 이어 류진 최초의 '창녀촌'을 여는 포주가 된다.

정작 변하지 않는 사람은 이광두와 송강이다. 이광두는 원래부터 나쁜 놈이었고 마지막까지 나쁜 놈이다. 그는 처음부터 의리와 신의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의리와 신의를 지킨다. 변화가 있었다면 천하의 가난뱅이에서 부자가 됐다는 점이다.

송강은 멋진 남자 송범평의 아들로 언제나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살아간다. 송강은 언제나 이광두를 이해하고, 마지막까지 이광두를 이해한다. 송강은 또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난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또 있다. 갖가지 사연과 곤란 속에서도 이광두와 송강의 '형제애'는 변함이 없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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