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석패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일 자신의 지역구인 달성군민체육관에서 대구·경북 경선대책위원회 해단식 및 감사의 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에는 이명박 당 대선후보 진영 등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다.
◆세력화 신호탄(?)=박 전 대표 이날 일단 당 화합, 이 후보와의 만남 등 '민감한 발언'을 일절 삼갔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그것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3천여 명의 당원 및 지지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모임을 가졌다. 이 자체만으로도 순수한 모임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더욱이 박 전 대표의 이날 절제된 발언도 주목거리다. 박 전 대표는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대구·경북 지지자들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앞으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바른 정치를 할 것이고, 당과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친박 주요 인사들의 '박 전 대표 당내 위상 인정', '박 전 대표 중심 단합' 등 강경발언도 '세력화'와 무관하지 않다.
박종근 대구시당 위원장은 "20% 이상의 국민들로부터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가 당으로부터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 박 전 대표는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봉 의원은 "우리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분명히 이겼다. 이번 선거는 반승반패이지 완승완패 선거는 아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박 전 대표를 지키자."고 주장했다. 서청원 전 대표는 "(이 후보 측이) 박 전 대표를 예우하지 않고 모욕적인 태도를 취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향후 행보는?=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본격 활동이 당장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 안팎의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정치 행보의 규모와 시기가 결정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경선 패배 후 대구 행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당분간 물밑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이날 인사말에서도 정권교체를 위해 이 후보를 돕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유승민 의원은 "이 후보 측에서 박 전 대표의 위상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움직일 수 있다."며 "당분간 비공개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은 이번 주부터 박 전 대표 측과 본격적인 접촉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는 이번 주부터 지지 국회의원들과 식사 모임을 가지며 이 자리에서 자신의 행보를 밝힐지가 관심거리다. 또 3일 개회된 정기국회가 자연스런 활동 재개의 장(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당 선대위 구성, 최고위원 선출, 시·도당 위원장 선거 등의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 및 활동 수위가 정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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