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10월 초로 돌연 연기된 것은 북한 홍수 때문이 아니라 회담 개최에 대해 미국이 불만을 표하자 9월 중순으로 예정된 6자 회담 이후로 미룬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미국 워싱턴에 총본부를 둔 국제한민족재단 관계자가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접촉한 북측 고위당국자들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측이 이번 정상회담에 동의한 이유는 미국에 자극을 줘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고 남북 관계 개선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정상회담 발표 뒤 미국이 먼저 북측에 비공식 접촉을 요청하는 등 적극성을 띠자 북측은 "정상회담 수락이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북측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이용하는 것이고 정부는 이 같은 북측의 놀음에 들러리 선 꼴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획기적인 행보라고 선전해 왔다. 지난달 중순 정상회담 연기가 발표되자 언론들은 '과연 홍수 피해 때문일까'라고 의심했다. 이에 정부는 '홍수 이외 다른 이유가 없다'고 확언했다. 하지만 상황을 종합해볼 때 정상회담 개최'연기와 관련해 정부가 북측의 속셈을 몰랐거나 밝히기 힘든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 했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물론 정상회담 개최 배경에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확대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정부가 '한반도 평화'에 집착해 앞뒤 가리지 않고 아마추어적 발상으로 대응하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을 국민들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주도하겠다는 어수룩한 생각을 이제 접어야 한다. '남측은 주무르면 된다'는 북측의 대남전략이 바뀌지 않는 한 퍼주고 이용만 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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