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초여름 장마에 이어 '가을 장마'가 또 찾아 오는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늦여름, 초가을에 비가 자주 내리는 일이 드물지는 않았지만 이 때의 강수 일수가 최근 들어서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그러나 '가을 장마'의 확실한 근거나 원인은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에는 8월 26일부터 9월 2일까지 8일동안 잇따라 비가 내렸고, 3일 하루를 쉰 뒤 4일 비가 다시 이어져 7일까지 계속 내리겠다. 8월 26일~9월 8일까지 2주동안 적어도 12일이나 비가 오는 것.
대구의 기상관측 자료가 공개된 1961년부터 2007년까지 47년동안 같은 기간의 강수 일수를 보면 올해 12일은 역대 2번째이며 이 같은 '가을 장마' 현상은 2000년대 들어 점점 심화되고 있다.
같은 시기에 가장 자주 비가 내린 해는 2003년. 8월 24일~9월 13일까지 21일 연속 비가 이어졌다. 이어 62·72·84년(10일), 67·76·83·96·2000·2002년(9일) 순으로 올해를 합치면 2000년대들어서만 4차례나 9일 이상 강수 일수를 기록하게 된다.
이 같은 늦여름, 초가을의 잦은 비는 점차 세력이 약해지는 아열대 고압대(북태평양 고기압)가 한랭 전선과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기상현상인데 기상학 관점으로는 '장마'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을장마' 세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징후가 적지 않다. 최근 고려대기환경연구소는 2002년부터 6년동안 우리나라의 장마전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만 빼고 매년 두번씩 전선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름장마'에 이어 8월말이 되면 대륙에서 발달한 이동성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동서로 긴 장마전선을 다시 형성한다는 것. 민경덕 경북대학교 천문대기학과 명예교수도 "늦여름, 초가을의 잦은 비는 예년에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 한층 세력이 뚜렷해진 것 같다."며 "여름이 지나가는데도 아열대 고압대가 쉽게 물러나지 않은 때문으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가을장마 현상이 계속 심해질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기후포럼 등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 오히려 강수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편 이처럼 잦은 비 때문에 햇빛 구경하기도 힘들어졌다. 특히 올 여름 6~8월 동안의 일조량은 평년의 8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이 3개월 동안 일조시간은 415.7시간으로, 지난 30년 동안의 평균치(평년) 519.9시간의 79% 수준이었다. 월별로는 6월 142시간(평년 184.4시간), 7월 121시간(평년 161.6시간), 8월 152.7시간(173.9시간)이었다.
또 하루 동안 햇빛을 전혀 볼 수 없었던 날수는 7월에 7일, 8월은 5일로 나타났으며,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반복된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 5일 동안은 일조량이 전혀 없었다.
김교영·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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