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철 야외활동 '감염' 조심!

가을철 산이나 들에서 활동을 할 때는 쓰쓰가무시병 등 발열성 감염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가을철 산이나 들에서 활동을 할 때는 쓰쓰가무시병 등 발열성 감염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가을에 벼베기, 성묘, 등산 등 들이나 산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 조심해야 할 병이 있다. 발열성 감염질환이다. 이들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질환은 쓰쓰가무시병, 신증후군성출혈열(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이다. 특히 쓰쓰가무시병은 최근 몇 년 동안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2003년에 1천415건이 발생했는데, 2004년 4천699건, 2005년 6천780건, 2006년 6천480건으로 나타났다.

◆초기엔 감기증상과 비슷해

쓰쓰가무시병 등 가을철 3대 발열성 감염질환은 저마다 원인 병원체와 감염 경로가 다르다. 하지만 고열과 두통, 오한 등의 초기 증상이 비슷하고, 연중 가을철(9~11월)에 집중 발생하는 공통점이 있다. 법정 전염병이지만 환자의 격리가 필요 없고, 예방법 또한 비슷한 것이 특징이다. 질병 초기에 감기로 생각하고 지내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고, 이 바람에 일부 환자들은 신장과 폐에 심각한 합병증이 생겨 숨지기도 한다.

◆쓰쓰가무시병

풀숲에 사는 매개충인 진드기의 유충이 사람의 피부에 붙어 물면 조직액이 인체로 들어가게 된다. 이때 리케치아 병원균이 인체에 들어가서 그 부위에서 증식해 붉은 반점이 생기고 궤양이 된 뒤 0.5~1cm 크기의 까맣고 딱딱한 딱지가 생긴다. 이 딱지는 쓰쓰가무시병의 특징이다. 보통 10~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 오한, 두통, 전신 통증 등이 심해진다. 목이나 전신의 임파선이 비대해지기도 한다. 대개는 붉은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딱지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혈청검사로 최종 진단을 한다. 합병증으로는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이 생길 수 있으며, 뇌수막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로 독시사이클린이란 항생제를 5~14일 동안 사용해 치료한다. 이 병의 예방백신은 없다. 다만 풀숲에 가는 것을 삼가고, 밭에서 일할 때는 긴 옷을 입거나, 야외활동을 한 뒤에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

◆신증후군성출혈열

주로 한탄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한다. 잠복기는 평균 2, 3주 정도이다. 온몸에서 갑자기 열이 나고, 오한이 생긴다. 겨드랑이나 입안의 연구개, 눈의 결막에서 출혈반점이 있고 심한 요통, 안구통증, 두통 등이 특징이다. 저혈압과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 신장부전 등 신장 기능 장애 등이 나타나 혈액투석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를 위한 특이한 방법은 없고, 환자의 상태에 따른 증상 완화 요법을 쓴다. 병이 유행하는 지역의 산이나 풀밭에 가는 것을 피하고, 특히 늦가을(10, 11월)과 늦봄(5, 6월)의 건조기에는 잔디에 눕지 말아야 한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피부의 노출을 줄이고, 군인과 농부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은 유행 시기 한 달 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는 병원체에 감염된 동물(주로 쥐)의 오줌에 오염된 풀, 흙, 물 등을 통해 점막이나 상처 난 피부로 균이 옮아 사람에게 병을 일으킨다. 농촌에선 비에 쓰러진 벼를 세우는 작업을 할 때 집단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랩토스피라증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황달이 나타나지 않는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90% 정도를 차지한다. 5~10%는 황달이 나타나는 중증감염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잠복기는 7~12일 정도. 갑작스런 고열, 두통, 근육통, 구토와 메스꺼움 등이 4~7일 동안 계속된 뒤 1~3일 동안 증상이 없는 듯하다가 다시 고열과 두통, 구토, 의식저하, 온몸의 발진, 눈의 포도막염 등이 나타난다. 폐출혈, 뇌막염, 간과 신장의 기능 장애 등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국내에선 기침과 각혈을 동반한 폐출혈이 흔히 나타난다. 황달이나 신장 손상이 있는 경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20% 이상 된다. 황달이 없는 경증 환자는 2, 3주가 지나면 거의 회복된다.

이 병에 걸리면 페니실린이나 독시사이클린을 7~14일 동안 투여하고 필요할 경우 혈액투석을 한다.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손과 발에 상처가 있는 상태에선 논밭 등에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을 할 때는 반드시 장화, 장갑을 착용하고 가능한 농경지의 고인 물에는 손발을 담그거나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장현하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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