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신뢰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주민, 환경단체의 반발이 심한 동화천 개발사업이나 골프장 건설 사업 등에 대해서는 '동의'한 반면 대구시의 숙원사업인 이시아폴리스에 대해서는 '부동의' 의견을 내 환경영향평가 원칙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주먹구구'식 평가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200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대구·경북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한 건수는 모두 58건. 이중 평가 항목이 잘못됐거나 내용 부실 이유 등으로 보완지시를 내린 경우는 구비서류 미비로 반려된 1건을 제외하면 46건으로 건당 평균 0.81회나 됐다. 그러나 평가서의 허위 또는 부실 작성 가능성이 높음에도 실제로 '평가 협의 불가' 통보를 받은 사업은 단 한 건도 없다. 부실평가서가 환경청에 제출되더라도 몇 차례의 보완지시만 거친 뒤 협의기간이 지나면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상인~범물 4차 순환도로의 경우 식생, 대기, 지질, 지하수, 녹지자연도 등급 등의 초안 자체가 오류 또는 누락으로 인해 신뢰할 수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계명대 지구환경보전과 김해동 교수는 "통행 차량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함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낮게 검출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식물상 및 식생 부문에서 잘못이 너무 많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도 매전면 골프장 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이 사업에 대해 실시된 환경영향평가가 동식물분야에 대해 실제 조사하지 않고도 조사한 것처럼 허위로 환경영향 평가초안을 제출했는데도 대구환경청이 적절한 검토 없이 허가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청 담당자는 "현장 조사 등 법적조사를 다 거쳤기 때문에 허가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사전평가, 본평가 '주객이 전도'
환경영향평가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사전 환경성검토 역시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않아 대구지방환경청이 2005년부터 올 상반기 동안 모두 901건의 사전 환경성검토를 협의한 결과 192건이 보완지시를 받았으나 개발사업 불가 판정인 '부동의' 통보를 내린 건수는 30건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본평가에 비해 형식적일 수밖에 없는 사전환경성 검토에서 '동의'를 받을 경우 본평가에서 동의 의견을 100%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환경평가 동의가 곧바로 본평가 동의로 가는 티켓이 되고 있는 셈.
이에 따라 개발업자들이 사전환경성 검토만 받고 사업추진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경우도 많아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환경평가 실무자는 "사전환경평가에서 동의해놓고 본평가에서 부동의 의견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대신에 보완지시 등을 통해 문제점을 없애고 있다."고 했다.
◆ 주민 의견수렴 '있으나마나'
환경평가를 받기 전에 주민의견을 수렴하도록 의무화 돼 있지만 이마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업별 주민동의 수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고 주민동의가 한 명이라도 이뤄지면 주민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평가되는 등 평가단계에서는 참고수준에 그치기 때문. 실제로 대구환경청에서 주민의견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아 환경영향평가에서 거부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업주체가 주민의견수렴을 위해 금품을 제시하는 등 불법 행위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또 사전환경성 검토를 받지 않고 공사를 강행할 경우 과태료 등을 물게 돼있으나 이 제도가 시행된 지난 7월부터 적발 건수 역시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환경영향평가가 부실 논란에 휩싸인 원인에 대해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환경영향평가 대행사업자들이 사업자들로부터 의뢰를 받고 평가비용을 지급받기 때문에 충실한 분석을 내놓기 어렵다."며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환경평가를 위해 환경실무자들의 전문성 강화와 더불어 환경청이 근본적으로 평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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