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80 세대공감]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팔레스 1단지

10대와 80대가 한 자리에 모여 공감하고, 도시와 농촌이 하나가 되는 '1080세대공감을 위한 도농상생 문화 한마당'이 1일,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팔레스1단지에서 펼쳐졌다. 이 행사는 경상북도 군위군 주최하고 한농교류연합, 군위군친환경농업연구회, 미디어교육연구소가 주관하고 경상북도, 매일신문 후원으로 매주 1~2회 대구시내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2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서도 '1080 세대공감-도농공감'행사가 열린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 팔레스 1단지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물놀이패가 '쾡쾡쾡' 소리를 내며 아파트 단지를 휘감아 돌자 텅 비었던 아파트 단지내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아이들은 굴렁쇠를 굴리며 뛰어다녔고, '투호놀이'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행사장 한쪽 농촌놀이 체험장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제기를 만들거나 짚으로 오리를 만들고, 소원지를 써서 붙이느라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버지들의 어릴 적 놀이였던 제기차기에서 '세대간 공감'은 빛을 발했다. 공부와 컴퓨터 게임, 롤러 스케이트밖에 몰랐던 아이들이 아버지와 함께 제기를 만들고 함께 제기를 찼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익숙한 제기차기 솜씨에 놀란 눈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아버지에게 그런 실력이 있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초등학생 아이는 아버지의 수준급 제기차기를 흉내내보지만 무척 어렵다. 대 여섯 번 시도 끝에 처음으로 한 개를 차고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의 어설픈 굴렁쇠 솜씨를 보고 젊은 아버지가 나섰다. 그러나 커다란 굴렁쇠는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다. 아이의 실망스러운 고함이 터지자 호기롭게 굴렁쇠를 잡았던 아버지는 '쉽지 않네' 라며 겸연쩍게 웃는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1080 세대공감' 행사장 내 '짚 오리 만들기 체험장' 을 찾은 한 아버지는 "짚 공예를 배운다기보다, 벼와 짚을 모르는 아이에게 볏짚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회를 줘 기쁘다."고 했다. 그는 볏짚 한 움큼을 쥐어 아이의 코밑에 대며 '짚 냄새야 향긋하지?'라고 했다. 아버지가 '이게 우리가 먹는 쌀밥의 쌀을 만드는 풀이야.'라고 설명하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1080 세대공감' 행사시간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아이들은 젖는 것도 잊은 채 둘러보고 참여하고,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머리카락이 푹 젖은 딸을 두고도 어머니는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 '감기 걸리겠다.' 거나 '들어가자'고 다그치지 않았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경품을 타기 위해 어른과 아이들이 부지런히 '투호놀이'를 했고, 노래와 장기자랑으로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1080 세대공감' 이 수준 있는 행사는 초등학생 5명이 무대에 올라 '막춤'을 선보이면서 '장터수준의 난장판'으로 전락해버렸지만 구경하던 부모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해질 무렵이 되자 오락가락하는 비를 피해 실내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행사장으로 나왔다. 몇몇 할머니는 노래솜씨를 발휘해 박수갈채를 받았고, 박자를 놓친 할머니는 '작곡자-반주기계'를 탓해 폭소를 자아냈다.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이 함께 '하나마나송'에 도전한 신덕순씨는 "가족이 함께 노래하니 즐겁고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신씨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농촌의 놀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의미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기자와 이야기하는 동안 끼여들고 싶어 마음이 바쁜 막내 하준(초등4년)은 자신이 오늘 경험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이에게 이 '짧은 축제'는 특별한 경험이 됐던 모양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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