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 '나비부인' 프리마돈나 이정아씨

느껴봐요! 제 노래의 힘·열정을

"나비부인은 개인적으로 꼭 하고 싶었던 역할 중 하나였습니다. 주역으로 2007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는 기쁨보다는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섭니다."

2007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표작인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뒤 연습에 한창인 소프라노 이정아(38) 씨를 만났다. '나비부인'은 한국·일본·이탈리아 3개국 합작 오페라로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출품작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여 주인공 역에 이정아 씨를 비롯, 이탈리아 소프라노 시모나 발돌리니, 일본 소프라노 레이코 후쿠다 씨가 함께 캐스팅돼 각국의 명예를 짊어진 소프라노들의 부담감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정아 씨는 "다른 출연자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제 스스로 무대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경쟁 심리보다는 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느냐가 더 고민스럽습니다."라며 담담한 심정을 밝혔다.

'나비부인'은 어느 오페라에 비해 여 주인공에게 긴 호흡과 내공을 요구한다. 여 주인공이 극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여 주인공의 능력에 따라 오페라 승패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나비부인'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이정아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

그러나 그녀는 "15세 순수한 소녀의 모습에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련의 여인에 이르기까지 급변하는 나비부인의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연습 하고 있습니다. 푸치니 오페라 작품의 특성은 소프라노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것입니다. 그동안 '라보엠' '토스카' 등 푸치니 오페라 여주인공을 많이 맡은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잘해내겠습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씨는 또 "이탈리아 유학 시절 노래에 힘이 실려있고 열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자신의 음악적 색깔은 평면적인 역할보다는 복합적인 역할에 더 어울리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와인과 같이 상황에 맞는 살아 있는 노래를 선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페라 대중화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수준과 오페라를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며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는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남대와 밀라노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뒤 파르마오르페오아카데미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국립음대에서 오페라 과정까지 수료한 그녀는 오페라 출연뿐 아니라 2005년부터 대구클래식오페라단 예술감독을 맡아 소오페라운동도 펼치고 있다.

졸업생,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신인 성악가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오페라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 지난해 '부루스키노 씨'를 공연한데 이어 김유정 소설을 소오페라로 만든 '봄봄'을 오는 28, 29일 봉산문화회관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노래가 하고 싶어 고등학교 때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악가의 길을 택했다는 이정아 씨는 "노래를 잘해서 음악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더욱 노력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며 "성공한 음악가보다 오래 기억되고 사랑받는 성악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국에 비해 한국 성악가의 수명이 짧은 것이 사실"이라며 "50대가 되어서도 제가 원하는 소리를 내며 노래할 수 있는 소프라노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고인이 된 박탕 조르다니아 전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비제의 '카르멘'을 메조 소프라노가 아닌 소프라노가 맡을 경우 훨씬 더 풍부한 표현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던 것처럼, 언젠가 '카르멘' 역을 맡고 싶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무대에 서기 전 늘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는 그녀가 성큼 다가온 대구의 가을 오페라축제에서 어떤 색깔의 음색으로 무대를 장식할지 주목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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