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A대학병원 응급실. '나이트 근무'(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를 하고 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 2년차 J씨는 "TV 드라마에서 보이는 의사들의 모습과 가장 다른 점은 전공의 숫자"라고 했다. TV 드라마에서는 응급환자가 도착하면 여러 명의 응급의학 전공의가 순식간에 달라붙는 장면이 더러 보이지만 현실의 야간 응급실에선 전혀 다르다는 것. 실제로 이 병원의 전공의는 5명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 2년차 J씨(29)가 막내. 올해 4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J씨는 "의사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분야여서 선택했지만 국내에서 응급의학에 대한 처우는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며 "대부분 전문의로서의 미래를 생각해 이곳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의사 인력의 공급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피부과 등 속칭 '인기과'와는 달리 '돈 안 되고 힘든'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의 전공의는 매년 미달 사태가 이어져 전공의의 피로가 쌓이고 과의 존립 기반까지 흔들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A대학의 경우 평소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20명 정도지만 많은 날은 40명에 이를 때도 있다. 응급환자의 초기 상태를 파악해 1차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길어야 10분 남짓 걸리지만 환자가 갑자기 늘어나면 백업요원(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응급치료센터 당직실에서 대기하는 응급의학 전공의)도 투입돼야 한다.
전공의가 부족한 건 응급실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A대학병원의 2007년 전공의 모집 결과 흉부외과(정원 2명), 산부인과(정원 3명), 응급의학과(정원 4명)와 각 1명씩 뽑는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진단검사의학과의 지원자는 1명도 없었고 외과, 마취통증의학과도 미달됐다. B대학병원도 흉부외과(정원 2명), 방사선종양학과(1명)에는 지원자가 1명도 없었고 외과, 산부인과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두 대학의 피부과, 정형외과, 내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은 모두 정원을 넘어섰다.
산부인과가 특히 유명한 대구 한 종합병원에서도 올해는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응급사고 때문에 스트레스에 늘 시달려야 하는데다 개원을 하더라도 의료사고가 많아 소송에 시달리기가 쉽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의료수가 적정화와 수술 후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중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후배 전공의들이 산부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에 몰릴 수 있도록 수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또 이 같은 과들은 전문의가 됐을 때 잦은 의료사고가 발생해 의사의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중재위원회를 통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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