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비서', '비서계 대모', '국내 최초 이사급 비서', '비서계의 신화'.
대성그룹 전성희(64) 이사대우를 대변하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그 중에서도 '국내 최고령 비서'로서 가장 유명하다. 김영대 회장을 모신지 만 29년이 됐다. 시작할때는 비서로서 다소 늦은 37살 때였다. 남편인 고(故) 심재룡 전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평소 친분 있던 김 회장의 부탁을 받고 소개시켜 준 것이 인연이 됐다. 당시 김 회장은 "젊은 비서는 결혼하면 떠난다."면서 '미세스 비서'를 원했다. 이후 94년부터 2년간 교환교수로 간 남편을 따라 캐나다에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김 회장 옆을 지켰다. 그래서 김 회장은 종종 전 이사를 "제가 모시는 비서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성공한 비서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회사에서 CEO는 남편 친구도, 30년지기 지인도 아닌 모셔야 하는 회장이다. 이를 위해 지금도 오전 5시에 기상한다. 자택인 봉천동에서 인사동 회사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출근하자마자 회장의 일정을 점검해 책상위에 올려놓고 각종 회의에 필요한 자료와 서류 등을 준비한다. 7시10분이면 출근하는 김 회장과 함께 학생으로 돌아가 외국어를 공부한다.
외국 바어어와의 협상도 직접 이끄는 등 중역 역할을 톡톡히 해내지만 회장-비서 사이에서 인사 이야기는 절대 금물이라고 했다. "'벙어리, 귀머거리, 장님'을 각각 3년씩 해야 비서의 기본기가 갖춰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본'인 차대접도 전 씨에게는 특별하다. "집에 손님이 왔을때 가정부가 차를 낸다면 실례"라며 "주인의식을 갖고 내가 탄 차가 우리 회사의 이미지라는 생각을 가지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방문한 손님의 차 취향을 일일이 메모해 두었다가 다시 방문할때 입맛에 맞는 차를 내놓으면 어려운 거래도 척척 풀린다고.
전 씨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지녔다. "제 목소리가 젊잖아요. 전화 목소리만 듣고 저를 젊은 비서라고 짐작했던 사람들이 회사를 방문해서는 '아까 전화 받은 비서는 어디 갔나요?'라고 물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그 비서 아가씨는 잠시 외출했는데요'라고 시치미를 뗀답니다."
2년전 심소담(36) 계장이 설계담당 경력직으로 입사하면서 그는 친딸을 직장 후배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 드물게 모녀가 한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
전 씨는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나라도 미국 휴렛팩커드사의 칼리 피오리나 같은 '비서출신 CEO'가 탄생할 것이라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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