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동산 "장기 예측 엇갈려도 1~2년은 약세"

아파트가격 2色 전망

7일 발표된 투기과열 지구 해제 지역에서 '수성구'가 또 다시 제외되면서 주택업계의 볼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일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당분간(?) 사라진 탓이다. 주택업계에서는 "투기과열 지구 해제로 당장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어렵지만 투기과열 지구 해제가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상당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대선을 앞둔 12월쯤 수성구를 포함한 지방 대도시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재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가을 '반짝 시장'을 기대하며 분양을 미뤄왔던 주택업계로서는 한숨이 절로 나올만한 대목.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 정책'은 주요 변수 중 하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움직인다는 점이다.

대구 아파트 시장의 공급에 따른 가격 변화를 살펴보자.

◆대구 아파트 시장은 8년 주기

대구 부동산 시장에서 91년은 중요한 해다. 80년대 중반 이후 매년 폭등세를 이어가던 아파트 가격이 -8.5%를 기록하며 하락 안정세로 접어든 것. 87년 24%를 비롯, 88년과 89년 각각 17%씩, 90년에는 25.1% 상승하는 등 말 그대로 '자고나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시절'이 이어졌다. 이는 '88올림픽'을 전후 경제성장률 및 국민소득이 높아진데다 주거 수요가 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겨가면서 '아파트 수요'가 급증한 때문이다.

그러나 91년 이후 대구 아파트 시장은 IMF 시절인 98년까지 내리 8년 동안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락 첫해인 91년 -8.5%를 시작으로 92년 -5%, 93년 -3.1% 등 하락하다 IMF 시절인 99년 -14.8%를 끝으로 하락세를 마쳤다.

이후 99년 11% 시작으로 2001년과 2002년에는 16.9%와 13% 상승하는 등 지난해까지 8년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치상으로 본다면 8년간의 하락과 8년간의 상승이 반복된 것.

따라서 올해는 새로운 8년이 시작되는 해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대구 지역 아파트 변동률이 -2.2%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올해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장으로 마감될 것이 확실하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서는 "하락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정확하지 않아도 적어도 1~2년간은 대구 부동산 시장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결국 수요와 공급

하루가 다르게 오르던 대구 아파트 가격은 왜 91년부터 하락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노태우 정부가 출범 한 이후 주택 200만 호 건설을 추진하면서 엄청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쏟아진 탓이다. 대구의 경우 매년 평균 1만 호에서 1만5천 호 사이에서 공급되던 주택(분양 기준)이 89년에는 2만3천 호, 90년에는 사상 최대인 4만1천 호가 공급됐다.

이후 IMF로 신규 공급이 끊어진 98년까지 매년 3만에서 4만 호가 꾸준히 공급됐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2005년 대구에서 신규 공급된 아파트가 정확하게 4만1천 호를 기록했으며 다음해인 2006년부터 대구 아파트 시장은 하락세를 시작됐다. 지난해 평균 대구 지역 아파트 가격이 1.2% 상승했지만 연초 상승률을 빼면 6월부터 현재까지 14개월 내리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98년부터 지난 2005년까지 대구에서 공급된 아파트는 15만5천 가구로 한해 평균 1만9천여 가구가 신규로 공급된 셈이다.

◆90년대와 다른 변수는

만약 통계상으로 본 '8년 주기'가 맞다는 가정을 해보면 대구 아파트 시장은 적어도 앞으로 6년 이상은 하락세가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하락장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불분명하다.

우선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대구지역에서 공급된 신규 아파트는 6천400가구에 불과하다. IMF 시절을 빼고 연간 공급량이 2만 가구 이하였던 시절은 한차례도 없으며 IMF 회복 시기인 2000년 2만1천 가구가 90년대 이후 가장 아파트가 적게 공급된 해다.

여기에는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책이 작용한 원인이 크다.

한라주택 최원근 상무는 "만약 올해 분양이 1만5천 가구 이하로 떨어지고 내년에도 공급량이 줄어든다면 내년 가을 이후부터는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급이 줄어든다고 해도 바로 가격 상승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사상 최대인 1만2천 가구를 넘는 미분양이 시장을 누르고 있는데다 주택 보급률 또한 90년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90년대 대구 주택 보급률은 65% 선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0%를 넘어선 상태다.

주택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주택 보급률은 120% 선이 돼야 주택 공급의 안정성이 확보되며 대구 주택보급률이 서울 다음으로 낮은 만큼 아직 공급의 여력은 남아 있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미분양 해소 기간도 달라지는 만큼 지역 아파트 가격을 하락장으로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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